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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칼럼] '코스피 5000시대' 금투협회장

입력 2025-12-15 17:41   수정 2025-12-16 00:51

국내에 업종·업권 관련 협회는 수천 개에 이르고 법적으로 특정한 권한을 가진 협회만도 수십 개에 달한다. 증권·금융업계에도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증권금융 등 10여 개 법정 단체가 있다. 대부분 회장 선임 과정에서 당국의 입김을 무시할 수 없는 ‘관치의 영역’에 있지만 예외적인 자리가 하나 있다. 바로 금융투자협회장이다. 금투협 회장은 399개 회원사, 5만5000여 명의 종사자를 대표하는 조직의 수장이다. 지난해 연봉만 7억원이 넘고 퇴임 후에도 2년간 고문을 보장받는 자리에 개입이 거의 없다는 것이 오히려 의외일 정도다.

물론 처음부터 ‘무풍지대’였던 것은 아니다. 전신인 증권업협회 시절에는 유력 장관의 측근이나 관료 출신이 회장직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2001~2004년 증권협회장을 지낸 오호수 회장은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과 경기고 동기동창으로 ‘이헌재 사단’의 핵심 멤버였다. 하지만 출범 50년 만인 2005년 경선 방식이 도입되고 2009년 증권·자산운용·선물 등 3개 협회가 통합해 지금의 금투협이 출범하면서 ‘관치 관행’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2012년 2대 회장 선거 당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낙점설’이 돌던 재경부 세제실장 출신인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을 제치고 우리투자·대우증권 사장을 역임한 박종수 회장이 ‘깜짝’ 선출된 사건은 일대 변곡점이었다. 바로 직전인 2022년 12월 선거에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의 고교 동문인 모 증권사 사장 출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있었으나 결선 투표까지 갈 것도 없이 서유석 현 회장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다.

이런 ‘관치 무력화’의 배경에는 금투협 회장 선거의 독특한 구조가 있다. 총득표율의 30%는 ‘1사 1표’ 원칙이 적용되고 나머지 70%는 협회비 분담률에 따라 투표권이 부여된다. 선거에도 자본주의 성향이 반영된 셈이다. 그렇다고 해도 대형사 일변도가 아니라 중소형사들이 똘똘 뭉치면 언제든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 이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구조가 오히려 외부 권력의 개입을 어렵게 해 ‘역설적인 자율성’을 보장한다.

모레 열리는 회장 선거에는 서 회장과 이현승 전 KB자산운용 대표, 황성엽 신영증권 대표 등 세 명이 도전장을 던졌다. 선거전 초반 미래에셋금융그룹이 회장 연임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판세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협회장 선거가 무슨 대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코스피 5000시대를 목전에 둔 시점에 이번 선거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재명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자본시장 활성화에 적극적이고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목표로 하는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가 탄생하면서 대규모 머니 무브를 예고하고 있다.

이처럼 자본시장이 급변하는 가운데 선출될 신임 회장은 과거처럼 수동적으로 정책을 단순히 전달하는 게 아니라 정책 설계 단계부터 당국과 머리를 맞대고 혁신적인 정책을 끌어내야 한다.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업계 자율 규제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이제 투표장으로 향하는 회원사 최고경영자들은 개별 회사의 이익이나 개인적인 친분을 넘어 능력과 비전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 단순히 덕망 있는 원로를 뽑는 ‘인기투표’는 우리 자본시장을 퇴보시킬 뿐이다. 더욱 역동적이고 진취적으로 ‘일하는 협회’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자본시장은 개개인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 재산 증식의 핵심 통로다. 누가 협회장이 되는가에 따라 우리 국민의 노후가, 자본시장의 미래가 달라질 수 있다. 코스피 5000시대를 열어갈 최고의 선장을 뽑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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