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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만난 아랍의 지금, ‘근접한 세계’

입력 2025-12-16 11:04   수정 2025-12-16 12:04



분홍도 아닌 빨강도 아닌 색(팬톤 213번)의 모래가 사막을 이루고 있는 전시장. 붉고 황량한 사막에선 컴퓨터의 에러음과 같은 사운드가 들렸다. 가상 세계에 과도하게 자극돼 버린 현대인의 감각을 꼬집는 듯 영 불편하다. 세기말, 자미로 콰이가 불렀던 '버추얼 인새니티'(1996)의 종말론적 가사가 연상됐다. 아랍의 지형에서 자주 마주할 수 있는 사막을 색다르게 표현해 낸 작품의 제목은 <아랍어로, 쉼표>. 관람객을 멈칫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국내 처음으로 선보이는 대규모 아랍에미리트(UAE) 동시대 미술전 <근접한 세계: Proximities>이 16일 개막했다. UAE를 포함한 레바논과 이집트, 이란 등 아랍의 문화를 간직한 다양한 현대 예술을 두루 만나 볼 수 있다.

서울시립미술관과 아부다비음악예술재단(ADMAF)의 두번째 공동기획 프로젝트로 진행된 이번 전시는 UAE 기반 예술가 40여명(팀)의 작품 110여 점을 소개하는 교류전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인 '근접한 세계'는 글로벌 정보통신의 발달로 물리적, 문화적 거리 개념이 재정의된 현대 사회가 반영돼 있다. 지리의 경계를 넘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닿는 관계, 타자에 대한 인식과 공존 가능성 등을 탐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는 게 서울시립미술관의 설명이다.



개막 전날 열린 간담회에서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 전시 중 가장 규모가 크다"며 "서로 다른 문화권 간의 예술적 연결과 상호 이해를 심화할 중요한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번 교류전이 서울을 국제 예술 담론의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며 기대감도 전했다.

전시는 세 개의 주요 섹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섹션에는 파라 알 카시미(Farah Al Qasimi) 등이 참여하는 '회전의 장소'를 통해 개인적·감각적 경험과 상상력을 중심으로 일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지점을 소개한다. 두 번째 섹션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는 지도, 경계, 권력 등 공간적 질서를 탐구하며, 권위와 소속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도록 만든다. 세 번째 섹션 '그것, 양서류'는 아티스트 트리오 RRH, 라민·로크니 하에리자데, 헤삼 라흐마니안 등의 작업으로 삶과 예술, 개인과 공동체가 겹쳐지는 혼종적인 작업 결과물을 보여준다.



각 섹션은 작가와 큐레이터가 협업해 주체적인 경험과 세계관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짜여져있다. 이러한 방식은 관람객이 예술로 자신이 놓인 세계의 좌표를 확인하고, 문화 간 공존의 의미를 성찰하도록 유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여름 UAE 아부다비에서 선보였던 한국 현대미술전 <Layered Medium: We Are in Open Circuits>과 맥락을 함께 하며 양국 간 상호 교류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기도 하다. 당시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경향을 소개하며 두 문화권 간의 대화의 장을 열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동시대 미술의 글로벌 흐름을 소개하고, 한국 미술계와 국제 미술계 간의 실질적인 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중동 지역 현대미술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접근성을 높여 국내 관객이 알고보면 매우 다양한 요소가 섞여있는 아랍의 다양한 문화적 맥락을 체감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 전시는 무료이며 별도 예약 없이 방문 가능하다. 다국어 작품 해설은 전시장 내 QR코드를 통해 제공되며 서울시립미술관의 모바일 앱과 블룸버그 커넥츠앱에서도 들을 수 있다. 전시는 내년 3월 29일까지 이어진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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