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기고 - 김재은 시노두스 파트너스 공동대표

오사카를 떠올리면 대체로 도톤보리의 화려한 간판과 시끌벅적한 인파, 그리고 오사카성 주변의 고즈넉한 풍경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아직도 오사카를 옛 풍경의 과거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다면, 지금의 오사카를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다. 요즘 오사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新우메다’ 지역이다. 오사카역 북쪽, 한때 화물기지였던 허름한 땅이 시시각각 근사한 도시 공간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코로나19 이후 일본 부동산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2025년 7월 한국의 자산가들이 관심을 갖고 오사카를 찾았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의 안내로 혼마치, 나가노시마섬, 난바, 우메다 등 오사카 주요 지역의 타워맨션과 신축 단지를 두루 살펴보았다. 당시 공사가 한창이던 新우메다 역시 방문했지만, 그저 여러 개발지 중 하나 정도로 인식했을 뿐이다.
그러나 두 달 뒤 다시 찾은 新우메다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공사가 상당 부분 진척되며 탁 트인 녹지 사이로 조성된 산책로와 공원, 세련된 마천루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고, 눈에 띄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세심하게 설계된 친환경 인프라가 곳곳에 스며 있었다. 지난 9월, 일부 개장한 우메키타 공원 앞에 서는 순간 일본 특유의 ‘소박하고 단정한 도시’라는 이미지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았다. 늘 세련되고 활기찬 서울에 산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오히려 서울이 부러워할 만한 기세가 느껴졌다.
도시의 재탄생…오사카의 대대적 변화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도시 전반에 흐르는 활력이었다. 한국 언론이 여전히 일본을 ‘잃어버린 30년’의 기억 속에 가두어두는 것과 달리 오사카의 현장은 뜨거웠다. 현지에서 만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우메키타 인근 오피스 수요는 예상을 크게 웃돌고 있다”며 “입주 문의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신축 오피스·주거 복합단지의 분양 속도는 ‘일본 부동산은 조용하다’는 통념을 가볍게 뒤집는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현재 우메다를 상징하는 대형 프로젝트 ‘그랜드 그린 오사카(Grand Green Osaka, 이하 GGO)’가 있다. 단순한 재개발이 아니라 도시를 ‘공원 중심’으로 재설계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도 매우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이름에 담긴 ‘그린(green)’을 내세운 것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 프로젝트는 환경(E), 리질리언스(재난 대응력), 도시경관을 동시에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으며, 민간 주도로 추진되면서도 공공성과 투명한 거버넌스를 결합한 PPP(Private Public Partnership) 방식이 균형 있게 작동하고 있었다.
건물은 친환경 자재와 고효율 에너지 시스템이 적용됐고, 블록 단위로 에너지 수급을 관리하는 지역 에너지 모델도 구현 중이다. PPP 방식은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사회 기반 시설 설계·건설·운영에 참여하는 사업구조로, 민간이 자본을 조달하고 시설 운영을 담당하는 것이 특징이다.
명확한 비전과 역할 분담, 속도감 있는 추진을 바탕으로 도시경관이 빠르게 재편되면서 시장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다. 2024년 2월 분양된 지상 46층 규모의 ‘우메다 그랑 그린 더 노스 레지던스’는 분양과 동시에 큰 주목을 받았고, 간사이 최고가 수준인 약 25억 엔(약 305㎡)의 펜트하우스를 포함해 전 세대가 완판됐다. 이는 GGO의 ‘녹색 프리미엄’이 실제 시장 가치로 전환되었음을 보여준다. 향후 분양 예정인 남측 구역의 타워맨션은 최고가가 50억 엔을 웃돌 것으로 예상되며, GGO의 가치 상승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속가능’과 ‘다양성·포용성’을 구현한 그린 도시
GGO가 내세우는 ‘그린’은 단순한 환경친화적 이미지가 아닌 ‘지속가능성’과 ‘다양성 및 포용성’을 핵심 가치로 한다. 그리고 이를 얼마나 근사하고 성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증명한다. 이 프로젝트를 살펴보면 대규모 공원 중심 개발(E), 지역 단위 에너지 시스템(E), 예측 가능한 민관 협력 구조(G), 통합된 도시 브랜드 전략(S)이 유기적으로 결합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형 개발 프로젝트의 세부적 요소를 ESG 항목별 ‘체크리스트’처럼 나누어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도시계획 안에서 통합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한 점이 인상적이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구호에 머물던 ESG 지표가 오사카에서는 도시의 구조와 운영 속에 녹아든 모습을 현장에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오사카의 이러한 변화는 서울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서울 역시 재개발 수요가 넘쳐난다. 용산 국제업무지구와 용산공원 주변 개발, 세운상가 일대 재생 및 재정비사업(세운지구), 청량리 종합시장 일대 도시재생 같은 대규모 구도심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은 ‘미래도시’를 표방하면서도 민간 참여 제약, 정책 일관성 부족이라는 한계를 안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반면 오사카는 정부가 큰 틀을 제시하고, 기업은 장기적 수익모델을 설계하며, 시민은 그 혜택을 누리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그 결과 도시는 자연스럽게 활력을 되찾았다. 오사카는 단지 건물이 늘어나는 것만으로는 도시가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몸소 증명해 보였다.
新우메다에 서서, 나는 서울의 몇 년 뒤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만약 서울이 공원 중심 개발, 지역 에너지 시스템, 일관된 민관 협력 구조, 그리고 도시 브랜드 전략을 통합적으로 도입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결코 쉽지 않은 과제지만, 장기적이고 일관된 비전 아래 톱다운과 버텀다운을 넘나드는 입체적이고 구체적인 전략을 통해 서울의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머지않아 서울은 도시의 탄소감축, 주거·업무·여가의 균형, 도시 경쟁력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도시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오사카는 이미 그 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던 ‘그 시절의 오사카’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앞으로 도시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를 자기만의 방식으로 분명하게 제시하는 도시로 거듭나고 있었다.
김재은 시노두스 파트너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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