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은 자칫하면 외환거래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매우 위험한 행동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2025년 기준 외환거래법과 관련 고시에 따르면, 외화의 반출·반입은 금액 그 자체보다도 '신고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회피하거나 일부러 숨길 경우 형사처벌될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외화를 해외로 가져갈 때 ‘얼마까지 들고 나갈 수 있느냐’만 떠올리지만, 외환거래법에는 흔히 생각하는 의미의 소지 한도가 있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신고 기준이다. 개인이 외국환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휴대해 해외로 반출할 수 있는 외화는 미화 1만 달러까지는 별도의 신고 없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말은 1만 달러를 넘기면 반출이 금지된다는 뜻이 아니다. 1만 달러를 초과하면 반드시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신고만 제대로 하면 1만 달러를 넘는 외화도 합법적으로 반출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기준을 오해하거나, 아예 의도적으로 피하려는 경우다. 달러를 책갈피에 끼우거나, 가방 안쪽이나 옷 속, 서류봉투 등에 나눠 숨겨 가져가는 행위는 단순한 미신고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방식은 신고 의무를 회피하려는 ‘은닉 반출’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 외환거래법에서는 외화 반출 시 신고를 피하기 위해 숨기거나 거짓으로 신고하는 행위를 명확한 위반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적발 시 과태료를 넘어 벌금형이나 징역형까지도 가능하다.
출국 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원칙은 총액 기준이다. 가방을 나눴는지, 가족이나 동행인에게 분산했는지, 책이나 파일에 끼워 넣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동일인이 실제로 소지한 외화의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또한 외화는 현금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지폐뿐 아니라 수표, 여행자수표, 외화표시 자기앞수표 등도 모두 외화에 해당한다. 국내 은행에서 합법적으로 인출한 돈이라 해도, 출국 시점에 기준 금액을 넘으면 신고는 반드시 해야 한다.
외화 반출 신고는 출국 당일 공항 세관에서 휴대반출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근에는 전자신고도 병행되고 있지만, 신고 사실이 확인되지 않으면 신고 누락으로 처리된다. 특히 "안 걸리면 괜찮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출국 시 검색에 걸리지 않았더라도, 이후 금융거래 추적이나 정보 연계, 재입국 과정에서 과거 기록이 확인되며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외화 반입 시에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이든, 현지에서 인출한 현금이든, 여행 후 남은 외화든 국내로 들여오는 외화가 미화 1만 달러를 초과하면 반드시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 반입 역시 금지의 문제가 아니라 신고 의무의 문제다. 신고하지 않은 채 입국하면 외환거래법 위반이 된다.

특히 반입 시에는 자금의 성격도 중요해질 수 있다. 단순 여행 경비인지, 해외 근로·사업 소득인지, 타인에게서 받은 돈인지에 따라 이후 세금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고액 현금 반입 내역은 국세청 등 관계 기관과 공유될 수 있고, 자금 출처에 대한 소명이 요구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가족이나 동행인에게 나눠 들게 하는 방식도 면책 사유가 되지 않으며, 실질적으로 동일인의 자금으로 판단되면 합산해 본다.
2025년 기준 외환거래 규정의 방향은 단순한 금액 제한이 아니라, 자금 이동의 투명성 확보에 맞춰져 있다. 공항 검색을 피하는 요령이 편법처럼 보일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는 명백한 위반이며 그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돌아온다. 최근에는 자금세탁방지(AML)와 테러자금조달방지(CFT) 기준이 강화되면서 현금 이동에 대한 사후 추적도 훨씬 정교해졌다.
결국 외화 반출·반입에서 가장 안전하고 합법적인 방법은 단순하다. 기준 금액을 초과하면 반드시 신고하고, 조금이라도 애매하다면 출국 전에 세관이나 외국환은행에 문의하면 된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이를 모방해 동일한 방법으로 책 등에 외화를 끼워 반출하려다 처벌을 받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규정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공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외화 신고는 귀찮은 절차가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변병준 관세사(조인관세사무소 대표 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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