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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트럼프 지지율 하락 관전법

입력 2025-12-16 17:33   수정 2025-12-17 00:12

미국 뉴욕에서 차로 2시간 거리인 펜실베이니아주의 조용한 도시 포코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찾아왔다. 주민이 3000여 명밖에 안 되는 작은 스키 리조트지만, 펜실베이니아 전체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중요 격전지다. 작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탈환 대상 1순위’로 꼽았고, 승리한 지역이다.

최근 급등한 ‘물가’에 대한 대통령 연설 때문에 행사장에는 ‘Lower Prices, Bigger Paychecks(물가 낮추고, 임금 높이고)’라는 플래카드와 피켓이 가득했다. 쉽고 자극적인 레토릭으로 무장한 트럼프는 차트까지 들고 바이든이 인플레이션을 일으켰고, 자신이 취임한 뒤 주택 렌트비가 내렸고, 특히 추수감사절에 가장 많이 소비되는 칠면조 가격은 33%나 내렸다고 90분 동안 목소리를 높였다.

백악관은 왜 갑자기 이런 행사를 열었을까. 민주당 도전자에게 위협적으로 추격당하는 공화당 롭 브레스너핸 하원의원을 응원할 목적도 있지만, 작년 조 바이든 대통령을 낙마시킨 물가가 올해 들어 더욱 급격하게 올라 트럼프까지 위협하는 전국적인 위기감이 더 큰 이유다. 인플레의 주범이 바이든 정부라는 것을 다시 한번 미국인에게 확인시켜야 했다. 실제로 지난 팬데믹과 바이든 정부 시절을 거치면서 물가는 계속해서 올랐다.

그럼 이날 트럼프 연설은 설득력이 있었을까. 트럼프는 하락한 칠면조 가격을 얘기하면서도 가장 많이 오른 소고기나 커피 가격 급등은 말하지 않았다. 미국인들이 평균 하루 석 잔을 마시는 커피 가격은 1년 만에 50% 넘게 올랐고, 5년 전 파운드당 8달러이던 소고기 값은 12.5달러를 넘었다. 중부지역에 계속된 가뭄으로 미국 소 숫자가 줄어들었지만, 트럼프의 관세정책이 수입 소, 수입 커피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미국인들이 느끼기 시작했다.

폭스뉴스도 같은 날 트럼프 강성 지지율이 3월 66%였는데, 12월 50%로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트럼프가 획기적인 대책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다면 반전 이슈가 되겠지만 생활고, 고물가는 항상 정부 여당에 불리한 아킬레스건이다. 이날 이벤트가 보여준 사실은 역설적으로 트럼프 정부에 물가와 유권자 불만을 진정시킬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건 아닐까. 관세정책부터 연방대법원이 위법, 무효 판결을 하면 모를까 트럼프 스스로 되돌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물가뿐 아니라 전체 정책을 종합해서도 트럼프의 지지율은 하락세가 뚜렷하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부터 대선 결과를 가장 근접하게 예측한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가 정파 성향이 강한 여론조사 편향을 줄이고 여러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12월 11일 기준 유권자로 등록한 사람 중 트럼프 지지는 43.5%인데, 이 수치는 취임 한 달이 지난 2월 중순 50% 이하로 떨어진 뒤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 조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이슈, 정책별로 전체 여론조사기관 지지율을 종합(순지지율·긍정-부정)한 것인데 이민정책이 -5.4%, 통상정책 -14.9%, 경제정책이 -17.4%인 데 비해, 인플레이션 정책이 -26.1%로 반대 비율이 월등하게 높게 나타났다.

물가, 인플레이션이 트럼프 지지율을 끌어내리는 리딩 이슈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내년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를 예견하기에는 섣부르다. 트럼프에 실망한 미국인들이 민주당으로 눈을 돌려도 여전히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혹여 연방대법원이 관세 무효 판결을 내려 트럼프가 울며 겨자 먹기로 관세정책을 수정한다면, 그로써 물가가 잡힌다면 반전 기회를 통해 내년 선거 시나리오는 다시 쓰일 수도 있다. 정치는 살아 움직이는 유기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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