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약진운동은 ‘신(新)중국’이 지우고 싶어 하는 치욕의 역사다. ‘10년 안에 영·미·소련을 따라잡자’는 마오쩌둥의 광기 속에서 1958년부터 약 3년간 3000만 명가량이 굶어 죽었다. 인간이 자초한 최대의 재앙이자 중국식 사회주의의 대참사였다. ‘혹시나’ 마음을 졸이던 서방 경제학자들은 중국의 실패를 한껏 비웃고 안도했다. 대약진의 전제조건인 물자 생산량 등 ‘시장 데이터’를 국가가 통제할 수 있다는 발상이 가당키나 한가 하는 반응이었다. 당시 중국의 농민공은 윗선의 압박에 못 이겨 곡식과 철강 생산량을 가짜로 보고하고, 관료들은 장부 속 숫자에 환호했다.헤이후는 제조업 ‘사스(SaaS)’ 스타트업이다.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지는 슬로건만 보면 알 수 있다. 창업자 저우위샹은 ‘공장을 스마트폰처럼 쓴다’는 기치를 내걸고 벌써 중국 전역에서 12만 곳 이상의 중소기업에 ‘블랙 레이크’라는 이름의 제조실행시스템(MES)을 이식했다. 스마트폰처럼 앱을 내려받기만 하면 바로 생산 라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저비용·표준화하는 데 성공해 헤이후는 중국 중소 제조업의 구세주로 떠올랐다.
중국 정부는 2020년 말 마윈 알리바바 창업자를 퇴장시켰다. 막강한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화폐 경제를 장악하려던 마윈의 청사진이 역린을 건드렸다. 이듬해 상하이에 정부 주도의 데이터거래소가 출범했다.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 독점을 견제하는 동시에 거대한 데이터 흐름을 국가가 장악하려는 포석이었다. 중국 정부는 데이터거래소를 60여 개 성으로 확대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유통되는 데이터의 가치는 1조위안(약 194조원·2023년 기준)을 웃돈다. 이 같은 중국의 행보가 한국에 미칠 파장은 가늠조차 어렵다. ‘계획경제의 망령’일 뿐이라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거꾸로 ‘데이터 사회주의’에 성공하면 AI 시대 한국의 최대 잠재력인 제조 데이터 경쟁력이 근간부터 흔들린다. 일분일초가 절체절명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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