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 석유화학 3사(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는 최근 BCG에서 컨설팅 결과를 받고 최종 조율에 나섰다. BCG는 SK 공장 한 곳만 폐쇄하는 방안과 3사가 조금씩 생산량을 감축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SK지오센트릭의 폴리머공장은 조인트벤처(JV)를 통해 에쓰오일 또는 대한유화와 공동 경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중 공동 감축은 비효율이 높아 3사 모두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울산 NCC 공장이 당장 적자에서 벗어나기 힘든 데다 범용제품인 만큼 장래도 밝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NCC 공장 폐쇄는 ‘경쟁력 없는 사업은 버린다’는 SK그룹의 사업 재편 방향과도 맞아떨어진다”고 말했다. SK지오센트릭의 영업적자 폭은 지난해 677억원에서 올 1~3분기 1849억원으로 확대됐다.
SK의 NCC 공장이 폐쇄되면 울산 나프타 공급망도 바뀐다. 대한유화는 에쓰오일에서 SK에너지로 나프타 공급처를 갈아탈 것으로 알려졌다. SK에너지는 현재 나프타를 SK지오센트릭에 공급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에쓰오일과 대한유화가 자구안에 동참하고 희생한다는 전제하에 공장 폐쇄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후화된 LG화학 1공장 중단 등…추가 구조조정 방안 나올 가능성
하지만 3사 요청으로 진행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구조조정 자문 결과가 나오고 SK지오센트릭이 공장 폐쇄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면서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SK가 NCC 공장을 폐쇄하면 에틸렌의 원료인 나프타 공급처도 함께 조정된다. 그동안 대한유화는 에쓰오일에서, SK지오센트릭은 SK에너지에서 나프타를 공급받았다. 앞으로는 대한유화가 SK에너지에서 나프타를 공급받을 전망이다. 내년 하반기 샤힌 프로젝트(에틸렌 생산량 연 180만t)가 가동되면 에쓰오일은 나프타 물량을 자체 소화할 계획이다.
울산산단 구조조정 합의의 최종 관문은 SK지오센트릭 폴리머 공장의 향방이다. BCG는 JV 형태로 SK와 에쓰오일 또는 대한유화가 공동 경영하라고 권고했지만, 업황이 좋지 않은 탓에 두 회사 모두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공장 폐쇄가 결정될 경우 폐쇄 시기는 2027년 이후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구조조정 과정에서 희생이 불가피한 만큼 에쓰오일에 투자세액공제 연장(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의 당근을 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에쓰오일은 정부 약속과 달리 신규 설비 투자를 하면 세금을 깎아주는 투자세액공제가 연장되지 않으면서 연 수백억원의 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고위 관계자는 조만간 에쓰오일과 대한유화 고위 관계자를 만나 합의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여수산단에선 여천NCC가 연 47만t 규모의 NCC 3공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여기에 연 66만t 규모 SK지오센트릭 울산 NCC 공장이 문을 닫으면 에틸렌 생산량은 223만t 줄어든다. 정부가 제시한 감축 목표치(270만~370만t) 밑단의 82.6%를 채우게 된다.
추가 구조조정 방안도 나올 가능성이 높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LG화학과 GS칼텍스의 사업 재편이다. LG화학은 연 200만t(120만t·80만t) 규모 NCC 2기를, GS칼텍스는 연 90만t 규모 NCC 1기를 가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설비 노후도가 높은 LG화학 제1공장(연 120만t)의 가동 중단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여수산단에선 3공장 폐쇄를 결정한 여천NCC가 1·2공장 중 하나를 더 닫을 가능성도 있다. 또 여천NCC와 여수 롯데케미칼 공장(연 123만t)을 통합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석유화학기업들은 이번주 구체적인 사업 재편 방안을 정부에 제출한다.
김우섭/김진원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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