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펜타닐과 핵심 전구체를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1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서에서 “불법 펜타닐은 마약이라기보다 화학무기에 가깝다”며 “조직화된 적대 세력이 대규모 테러 공격을 위한 무기로 활용 가능한 펜타닐의 잠재력은 미국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대량살상무기는 핵무기, 방사능 무기, 치명적인 화학 및 생물학적 무기를 뜻한다. 대량살상무기를 몰래 개발하거나 가지고 있다는 의심이 들 경우 국제사회 사찰과 개입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펜타닐 같은 마약이 웬만한 전쟁과 테러보다 훨씬 더 큰 인명 피해를 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의 연간 약물 사망자는 10만 명을 넘는다. 2021년부터 3년 동안 펜타닐 과다 복용으로 인한 미국 내 사망자는 연 7만 명 이상을 기록했다.
일각에선 피해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대량살상무기로 지정해선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통상적 무기와 달리 마약은 적을 살상하겠다는 의도로 배포되지 않는다. 마약을 둘러싼 산업은 일방적으로 한쪽이 다른 쪽을 공격하는 관계가 아니라 불법 물질의 공급자와 수요자 관계다. 또 살상무기는 사용을 결정한 국가나 단체를 특정할 수 있지만 마약 비즈니스는 이를 특정하기 어려우며, 특정한다고 하더라도 다른 나라 사법권을 침해하지 않고 대응하기 어렵다.
피해 규모도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마다 20만~30만 명이 죽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펜타닐 사망자는 4만8000명으로 전년 대비 약 30% 줄었다. 이번 행정명령이 베네수엘라 등 남미 지역에서 펜타닐을 핑계 삼아 군사작전을 벌이는 것을 정당화하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미국 정부는 2003년 이라크전을 앞두고 이라크에 병력을 투입하는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대량살상무기 존재가 의심된다고 주장했으나 결과적으로 근거를 찾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마약 카르텔을 외국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이는 법적·군사적 관점에서 매우 중대한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잡았다가 풀어주는 정책을 끝냈다”며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마약은 94% 줄었고, (공격이) 훨씬 쉬운 육상에서도 그들을 타격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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