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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량 증가한 건 ETF 늘어난 탓"…이창용, 고환율 '한은 책임론' 반박

입력 2025-12-16 17:43   수정 2025-12-17 01:37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치솟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폭등한 것은 한국은행이 시중에 과도하게 돈을 풀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최근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서학개미의 해외 투자 확대를 지목하자 유튜버 등을 중심으로 ‘한은 책임론’이 제기된 것이다. 한은은 16일 ‘10월 통화 및 유동성’ 통계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가 유동성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라고 지시하면서 이례적으로 기자단 브리핑까지 열었다.
◇“ETF 투자 늘며 M2 많아진 것처럼 보여”
한은이 이날 발표한 10월 광의통화(M2) 평균 잔액은 전월 대비 0.9% 증가한 4471조6000억원이었다. 전월 0.7%에서 증가율이 더 높아졌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8.7%로 이 역시 9월 8.5%에서 확대됐다. 최근 한국의 통화량 증가율은 약 7%대인 장기 평균을 웃돈다. 미국(4.5%)과 비교하면 두 배에 가깝다. 일각에서 한국의 통화량이 너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비판하는 배경이다.

한은은 최근 통화량 증가는 유동성이 새로 풀린 것이 아니라 상장지수펀드(ETF) 등 수익증권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통화량 통계상 M2에 ETF, 채권형 펀드 등이 포함되는데, 최근 들어 ETF 투자가 급증해 M2가 늘어난 것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10월 M2 증가액(41조1000억원) 중 수익증권이 31조5000억원으로 76.7%를 차지했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장은 브리핑에서 “주식은 통화량에 집계되지 않는데 최근 국내 주식을 매도한 자금이 ETF로 이동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유동성 확대에 관한 질문을 받자 “국제통화기금(IMF) 기준대로 ETF를 제외하면 통화량 증가율은 5.5% 정도”라고 답했다. 한은은 IMF 기준대로 수익증권을 제외한 통화량 통계를 내년부터 발표할 예정이다.
◇확장재정, 유동성 늘리는 효과 “제한적”
8%가 넘는 통화량 증가율을 두고서도 과거 ‘금리 인하기’와 비교할 때 높지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한은에 따르면 최근 금리 인하가 있었던 2012년(5.9%), 2014년(10.5%), 2019년(10.8%) 중 최근 증가율보다 통화량이 적게 늘어난 것은 한 차례뿐이었다.

통화량 증가율이 미국의 두 배라는 지적에는 5년 단위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5년간 누적 통화량 증가율은 한국이 49.8%로 미국(43.7%)보다 높았지만 ETF 등 수익증권을 제외하면 비슷했다.

소비쿠폰 지급 등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대해선 “유동성을 늘리는 효과가 일부 있지만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팀장은 “국채 발행량 전액이 바로 유동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고, 국채를 은행 등 통화금융기관이 매입하는 때만 통화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집값·환율 설명 어려워
한은은 집값과 환율이 오른 것이 유동성 때문만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화연 정책분석팀장은 “금리 인하기에는 통화량이 늘어나면서 자산 가격과 환율이 오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다른 요인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주택 시장은 공급 부족 우려 등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환율은 유동성보다는 국내 거주자의 해외 증권 투자 확대, 수출 기업의 외화 보유 성향 강화 등 외환 수급 요인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동성 증가에 따른 ‘한은 책임론’이 나오는 것에 대해 이 총재는 기자와 만나 오래된 통화량 이론을 여전히 가르치고 있는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교과서에서는 중앙은행이 본원 통화를 공급하면 통화량이 증가한다고 가르치는데 이는 옛날 이론”이라며 “지금은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내에서 자유롭게 통화량을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통해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형태가 된 것”이라며 “내 교과서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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