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례없는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생산가능인구 ‘절벽’이 현실화하고 있는 한국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60~70대의 숙련된 가용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금의 70대는 20년 전 60대만큼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60세 전후로 대규모 은퇴가 발생하고 있어 고용시장 경직성 완화, 재교육 강화, 단계적 은퇴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MF는 건강 지표 중 하나로 ‘악력’을 측정해 노동시장 참여 효과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악력 개선으로 증명된 건강한 고령화는 지난 20년간 노동력 참여율을 약 19%포인트 높였고, 은퇴 확률은 약 18%포인트 낮췄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고령층의 건강 상태가 개선됐음에도 한국 고용시장의 경직성으로 60세 전후에 건강한 가용 인력이 대거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55~59세 중 은퇴한 사람의 비율은 한국이 10%인 데 비해 일본은 1.4%에 불과하다. 65~69세 은퇴 비율은 한국이 32.8%일 때 일본은 20%였다. 70~74세 구간에서는 한국의 은퇴 비율이 42.8%로 일본(28.5%)의 1.5배 수준에 달했다.
IMF는 “한국의 연공서열 중심 임금·승진체계는 조기은퇴를 유도하고, 기업이 고령 근로자 채용을 기피하도록 만든다”며 “노년층의 건강이 개선되고, 연금 수급 연령을 높였음에도 한국에서 55세부터 대규모 은퇴가 발생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IMF는 “한국의 고령층은 노동시장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자발적으로 근로를 지속하려는 의지도 강하다”며 “건강을 증진시키는 보건정책과 함께 노동수명을 연장하는 다른 정책 수단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계에서는 퇴직 후 재고용, 직무급제 도입 등을 해법으로 제시하고 있다. ‘임금 조정 없는 정년 연장’을 강제할 경우 청년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본은 2006년 고용 연장을 추진하면서 기업이 정년 연장, 정년 폐지, 퇴직 후 재고용 중 형편에 맞게 선택하도록 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일본 기업들은 70%가 퇴직 후 재고용을 택했다.
한 국내 중견기업 최고경영자(CEO)는 “필요 인력을 상시 채용하고, 그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직무급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획일적인 고용체계에서 벗어나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유연한 노동시장 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정민/정영효 기자 peu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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