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장실 1회 이용권 10크로나(약 1600원), 편의점 커피 30크로나(약 4800원), 빅맥세트 85크로나(약 1만3500원), 비빔밥 1인분 245크로나(약 3만9000원)."
지난 11~13일 스웨덴 스톡홀름 출장길에서 마주한 가격표다. 북유럽 물가가 높다는 건 익히 알려졌지만, 현지에서 체감한 물가는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시내 공중화장실 이용부터 ‘물가 충격’이 시작됐다.
가장 저렴하다는 편의점 세븐일레븐 커피(스몰 사이즈)는 5000원에 육박했다. 한국 편의점 가격의 4~5배다. 맥도날드 빅맥세트는 1만3500원으로 국내(7400원)의 두 배 수준이었다. 현지 한국 음식점에선 체감 물가가 극에 달했다. 교민들 사이에서 “두 그릇은 먹어야 배가 찬다”는 김치볶음밥 한 그릇이 150크로나(약 2만3800원)에 팔리고 있었다.

이 같은 체감 물가의 배경에는 원화 가치 하락이 자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6일 원·크로나 환율은 1크로나당 158.81원으로 지난해 말(133.23원) 대비 16.1% 상승했다. 크로나 대비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의미다. 크로나 가치가 고공행진한 영향이 컸다.
달러 기준으로도 흐름은 비슷하다. 달러가치 기준으로 크로나는 강세를 한국은 약세를 나타냈다. 올 들어 스웨덴 크로나는 달러 대비 19.1% 절상돼 주요 10개국(G10) 통화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다. 달러가치가 하락한 이 컸지만, 같은 기간 원화도 달러 대비 8.6%가량 절하됐다.
이 같은 환율 흐름의 격차는 결국 펀더멘털에서 갈렸다는 평가가 많다. 펀더멘털 가운데 하나인 국가부채의 경우만 놓고봐도 그렇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스웨덴의 올해 말 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34.2%로 독일(70%), 프랑스(110%)를 크게 밑돈다. 2030년에는 33.5%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반면 한국의 D2 비율은 올해 53.4%에서 2030년 64.3%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웨덴 중앙은행(Riksbank)의 환헤지도 크로나 강세를 뒷받침했다. 중앙은행은 2023년 9월부터 외환보유액의 약 25%에 해당하는 달러와 유로에 대해 환헤지를 실시했다. 환헤지 거래는 최근까지 연장 중이다. 크로나 가치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는 판단에서다. 이 과정에서 달러와 유로가 시장에 공급되며 크로나의 상대 가치가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산 수출 기대감도 한몫했다. 폴란드 정부가 지난달 26일 신형 잠수함 사업자로 사브(Saab)를 선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총 사업비가 14조원을 웃도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같은 회원국인 스웨덴에 방산 물량을 발주할 것이란 기대도 크다.
크로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JP모건은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안정적인 전력 인프라를 바탕으로 스웨덴에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며 “대규모 외국인 투자가 중장기적인 크로나 강세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톡홀름=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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