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0월 2일자 A1, 6면 참조

SK㈜는 SK실트론 지분 매각과 관련해 ㈜두산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17일 공시했다. 매각 대상은 SK㈜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SK실트론 경영권 지분 70.6%다. 양측은 전체 지분 가치(100%) 기준으로 4조원 수준에서 매각 가격을 논의하고 있다.
SK실트론 매각은 SK그룹 사업 재편 작업의 일환으로 올 초부터 진행됐다. 당초 SK그룹과 여러 차례 거래한 사모펀드(PEF) 한앤컴퍼니가 유력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가격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그 틈을 두산그룹이 비집고 들어왔다. 반도체 소재·장비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은 두산은 SK실트론 인수를 통해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두산은 2022년 인수한 국내 1위 반도체 후공정 기업 두산테스나와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두산의 전자BG사업부와 두산테스나를 양대 축으로 반도체 사업을 벌이고 있다. ㈜두산 전자BG가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을 생산하고, 두산테스나가 비메모리 반도체 테스트를 맡는 구조다.
최근 들어 전자BG에서 생산하는 CCL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등 호황 국면에 접어들었다. 여기에 SK실트론이 생산하는 맞춤형 웨이퍼를 패키지 형태로 공급하면 두산은 웨이퍼 제조(전 공정)에서 패키징 소재(CCL), 테스트(후공정)로 이어지는 핵심 밸류체인을 확보하게 된다.
두산그룹이 SK실트론 인수에 성공하면 박정원 회장이 추진해 온 3대 신성장 동력의 축도 완성된다. 두산그룹은 소형모듈원전(SMR)과 가스터빈을 앞세운 ‘에너지·전력’, 두산로보틱스를 위시한 ‘피지컬 AI·로봇’, 두산테스나 등이 주력인 ‘반도체’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상태다.
중국 웨이퍼 업체들이 빠르게 추격하는 것도 SK실트론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중국의 12인치 실리콘 웨이퍼 자급률은 2027년 기준 50%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SK실트론 매각 후에도 웨이퍼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하는 만큼 매각 대상을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고민거리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는 이번 매각 대상에서 빠졌지만, 추후 협상을 통해 일괄 매각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보유 지분을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통해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에 넘겼지만 필요한 경우 되돌려받을 수 있다.
SK실트론 매각이 완료되면 SK그룹이 1년 넘게 추진해 온 사업 재편 작업은 막바지에 이른다. SK그룹은 SK실트론 매각을 통해 확보한 대규모 실탄을 AI 등 미래 첨단 산업 육성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