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대표 반도체 전문가들이 국내 인공지능(AI) 반도체 산업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AI 반도체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키우는 미국, 중국과 달리 생태계 조성이나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성과를 못 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위기 타계 해법으로 메모리, 설계, 파운드리, 클라우드, AI 서비스 기업이 참여하는 ‘K빅테크 연합’을 구성해 통합 생태계를 구축하자고 제안했다. 대통령 직속 ‘AI 반도체 특별위원회’를 설립하고 ‘AI 반도체 연구개발(R&D) 지원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공학한림원 반도체특별위원회는 17일 ‘2025 반도체특위 포럼’을 열고 AI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과제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1995년 설립된 공학한림원은 국내 대표 학술연구 단체로, 공학 석학과 산업계 리더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지난해 2월 반도체특위를 만들고 한국 반도체산업 위기 진단과 해법을 연구 중이다.이날 포럼에선 특위 공동위원장을 맡은 안현 SK하이닉스 개발총괄 사장과 이혁재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반도체공동연구소장)가 연단에 올랐다. 이정배 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사장), 박재홍 보스반도체 대표 등도 마이크를 잡았다. 이준혁 동진쎄미켐 회장과 김기남 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회장, 정은승·최시영 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장(사장), 박재근 한양대 석학교수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해법으로 ‘AI 데이터센터 실증 플랫폼’을 꼽았다. AI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를 중심에 두고 메모리, 프로세서, 네트워크 장비 등 하드웨어 기업과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AI 서비스 기업, 소프트웨어 업체가 협업하는 국가 단위 K빅테크 연합을 구축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방, 에너지, 보건, 금융 등 하드웨어 국산화가 시급한 분야를 시작으로 정부 주도로 AI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발표 이후 진행된 토론에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김기남 전 회장은 “미국, 중국과 투자 규모나 재원에서 격차가 큰 상황에서 한국이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며 “한국에서 화웨이 역할을 하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희재 서울대 기계공학과 교수는 “대만을 벤치마킹해 생태계 육성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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