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세대 직장인이 다른 세대보다 높은 수준의 번아웃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외 조사에서 Z세대는 가장 이른 시점에 번아웃을 경험하고 강도 역시 높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다.
영국 컨설팅기업 비지어가 팬데믹 이후 18개월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Z세대 근로자의 80%가 심각한 심각한 수준의 번아웃을 경험했다. 이는 앞서 BBC가 Z세대의 스트레스 지수가 다른 세대보다 높다고 분석한 보도와도 일치한다.
캐나다 경제지 케네디언비즈니스의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Z세대 근로자의 51%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55%)보다는 낮지만, X세대(32%)와 베이비붐 세대(29%)보다 높은 수치다.
호주에서도 청년층의 스트레스 수준은 두드러졌다. 맥쿼리대학교가 호주 근로자 551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18~29세 청년층은 전체 노동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장 낮지만 스트레스 비율은 가장 높은 세대로 나타났다. 이들은 업무 압박으로 인해 ‘멘탈 헬스 미니 휴가’를 빈번하게 사용하며, 이로 인한 연간 근무일 손실은 2600만 일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현상은 특정 국가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와이어가 11개국 1만3000명 이상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Z세대 응답자의 83%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는 전체 연령대 평균인 75%를 웃도는 수치다.
또 미국 보험사 시그나의 국제 연구에서도 18~24세 청년층의 약 4분의 1이 “감당할 수 없는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다”고 답했으며, 응답자의 98%가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번아웃 증상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Z세대가 특히 번아웃에 취약한 이유로 ‘사회 진입 시점’을 꼽는다. 호주 학술 매체 더 컨버세이션은 “모든 연령대가 번아웃을 경험하지만, Z세대는 더 이른 나이에 번아웃의 정점에 도달한다”며 “업무에 대한 기대와 실제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번아웃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경력이 짧고 조직 내 학습 기회가 제한적인 젊은 근로자일수록 위험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많은 Z세대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또는 직후 노동시장에 진입했다. 사회적 혼란과 고립이 지속되던 시기로, 업무가 비대면으로 변화하며 동료 간 상호작용을 통한 학습과 적응 과정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적 압박 역시 Z세대 번아웃을 키운 요인이다. 대학 교육이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불안정한 경제 환경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미국 경제학자 파블리나 체르네바는 “사회는 완전 고용과 양질의 일자리를 통한 경제적 안정을 약속해 왔지만, 이를 실제로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그럼에도 노동자는 생존을 위해 일자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고물가와 주거비 상승, 불평등의 확대, 불안정한 고용 구조가 겹치며 Z세대에게 더 큰 재정적 부담이 가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여기에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인한 업무 환경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직장 전략가 앤 코왈 스미스는 최근 포브스 기고에서 “Z세대는 소통을 단절시키는 혼합 근무, 맥락을 제거하는 자동화, 판단을 보여줄 시간조차 없는 리더십 구조 속으로 진입한 첫 세대”라며 이러한 환경이 피로와 소진을 가속화한다고 분석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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