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과거의 성공방정식에 머무르지 않고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이끌고 있다. 특히 ‘ABC(AI·바이오·클린테크)’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고 관련 분야에 연구개발과 투자를 집중하며 새로운 성장 기회를 포착했다.
ABC 전략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LG는 2020년 설립한 LG AI연구원을 통해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의 성과를 만들어냈다. 최근 공개한 ‘엑사원(EXAONE) 4.0’은 국내 최초의 하이브리드 AI 모델로 글로벌 AI 성능 평가에서 한국 1위, 세계 10위권을 기록했다.
LG는 계열사 및 글로벌 파트너사들이 각 산업 영역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 AI’를 만들고 있다. LG의 이러한 AI에 대한 투자와 노력은 계열사의 생산라인, 제품 개발, 고객 서비스 등 각 계열사 비즈니스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시장의 시선이 가장 많이 쏠린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LG전자가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사업은 구광모 대표가 직접 낙점한 차세대 성장동력 중 하나다. 특히 단일 회사가 아닌 그룹 차원의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로봇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LG전자뿐만 아니라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등 계열사가 핵심 부품을 공급할 수 있으며 선제적으로 투자했던 로봇 기업(로보스타·로보티즈 등) 지분 출자를 통한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구조다.
LG는 올해 엔비디아의 범용 휴머노이드 추론 모델 ‘아이작 GR00T’를 기반으로 자체 피지컬 AI 모델을 개발 중이다. LG이노텍은 올해 미국 차세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Figure AI)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며 글로벌 로봇 생태계와의 연결고리를 넓히고 있다.
구 회장은 특히 AI 기반 제조 혁신과 기술개발을 위해 향후 5년간 소재·부품·장비(소부장)에 6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LG 미래의 두 번째 축인 바이오 분야에서는 질병 진단, 신약개발, 단백질 구조 예측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며 글로벌 연구기관과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LG화학 생명과학본부는 2023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24년에는 미국에 4000억원 규모의 희귀비만증 신약 기술 수출을 하는 등 실질적 성과를 쌓고 있다.
LG화학은 항암 영역의 혁신 신약을 중심으로 글로벌 신약 공급 파이프라인을 확보하여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AI와 바이오의 융합 역시 핵심 전략이다. LG AI연구원은 질병 진단 시간을 2주에서 1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는 정밀 의료 AI 모델 ‘엑사원 패스 2.0’을 개발해 주요 암종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를 세계 최고 수준인 78.4%까지 높였다.
알츠하이머 인자 발굴 및 신약 연구는 유전체 연구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지닌 미국 잭슨랩과 협업한다. LG AI연구원은 잭슨랩과 공동 연구를 시작한 지 1년 4개월 만에 알츠하이머병의 예측 정확도를 92%로 끌어올렸다. 백민경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는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를 개발 중이다.
LG 미래 성장의 마지막 축인 클린테크 영역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를 넘어 ESS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했고 LG전자의 HVAC 사업은 데이터센터 냉각이라는 AI 시대 핵심 후방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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