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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허위정보' 대응의 덫…언론 자유와 민주주의의 위기

입력 2025-12-17 10:31   수정 2025-12-17 13:43

지난 1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은 그 명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언론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할 수 있는 조항들을 내포하고 있다.

개정안의 핵심은 고의 또는 과실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불법·허위 조작정보를 유포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게 하고, 법원에서 판결된 정보를 2회 이상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언론사에 대한 입증 책임 전환 등의 내용이 원안에서 제외된 채 통과되었다고는 하나, 법안의 핵심적 문제점은 해소되지 않았다. 때문에 언론계와 시민사회 반발에 직면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법안의 규제 대상인 ‘허위조작 정보’의 정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하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이를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이거나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된 정보’로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고 ‘이 사실을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가하거나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생산·선별된 정보’라고 규정했다.

이러한 포괄적인 규정은 행정기관에 의한 자의적 해석과 국가의 심의·검열 시스템 강화의 여지를 줄 수 있다. 또한 사실과 허위의 판명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으며, 풍자와 패러디를 제외한다는 단서 규정 역시 그 용어에 대한 정의가 불분명해 법적 혼란을 가중시킬 소지가 있다. 정치·사회 이슈에 대한 풍자, 패러디, 또는 과장된 비판적 표현까지도 사후에 ‘허위’로 판단될 위험에 노출된다면 언론 보도뿐 아니라 일반 시민의 정당한 표현 행위까지도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

또한 해당 개정안은 정치인, 고위 공직자, 대기업 등 공적 영향력이 큰 주체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권한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언론계와 시민단체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자원과 권력을 가진 이들이 이 법안을 ‘언론 탄압의 방패’로 삼아 언론 등을 상대로 막대한 배상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문제다. 이는 곧 언론의 비판과 감시를 봉쇄하려는 ‘전략적 봉쇄 소송(SLAPP)’ 증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법안에 ‘전략적 봉쇄소송 방지 특칙’을 두어 법원이 이러한 소송을 조기 각하할 수 있도록 했으나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여전히 남아 있다. 재판 과정에서 권력 주체의 소송 목적이 언론 비판 방해임을 입증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법원의 판단 요건 또한 까다롭기 때문이다.

과도한 금전적 책임으로 인한 ‘자기 검열(Self-Censorship)’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개정안은 손해액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아도 법원이 최대 5000만원까지 손해액을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타인을 해할 의도(악의)’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면 손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배상을 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 효과(Chilling Effect)까지 우려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권력형 비리, 재벌·대기업 비판 보도 등 고(高)위험 이슈를 다룰 때 금전적 책임 및 입증 책임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로 인해 권력에 대한 비판을 주저하게 될 것이다.

해당 개정안의 참고 모델로 보이는 유럽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은 불법이 아닌 허위조작 정보의 유통을 금지하지 않으며, 행정기관이 갖고 있는 사실상의 심의·검열 시스템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지시적 규제보다 절차적 투명성을 중시하는 유럽 DSA와 달리, 이번 개정안은 사적 검열 우려를 키울 가능성이 있는 반면 이를 막을 보호장치와 권리구제 체계가 미흡한 상황이다.

허위정보 대응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언론에 과도하거나 비합리적인 법적 리스크를 부과하는 방향이어선 안 된다. 언론의 감시 기능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 민주주의의 기반은 흔들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될 것이다. 법은 권력을 견제하는 언론 및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는 버팀목이 돼야 한다.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고 민주적 가치가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여야 모두 신중히 직시하고, 입법 과정에 대한 충분한 숙의와 재검토가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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