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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도 사흘 넘기기가…" 심장 몸 밖에 나온 아기의 기적

입력 2025-12-17 13:54   수정 2025-12-17 14:18



심장이 몸 밖으로 나온 채 태어나 생사조차 가늠할 수 없었던 신생아에게 서울아산병원이 기적을 선물했다. 전문 분야 의료진이 머리를 맞대 심장을 제자리에 넣어주는 수술에 성공하면서다. 활짝 웃으며 퇴원한 아이는 집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은 초희소질환인 '심장 이소증'을 갖고 태어난 박서린양(8개월)이 심장을 넣는 수술을 받고 퇴원했다고 17일 밝혔다. 심장이 몸 밖으로 완전히 노출된 이 질환자를 무사히 치료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뱃속에 있던 서린이의 심장이 몸 밖에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은 지난해 11월 첫 태아 정밀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다. 첫 진료를 한 산부인과에선 생존율이 희박한 데다 태어나도 사흘을 넘기기 힘들다며 마음의 정리를 하자고 산모를 설득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서린이는 둘째를 갖고 싶다는 마음에 3년 간 14차례 시험관 시술을 견뎌 가진 귀한 아이였다.

부모는 수소문 끝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고 이 병원 태아진료센터 이미영 교수와 주치의 백재숙 소아청소년심장과 교수, 최은석 소아심장외과 교수 등은 해외 논문 등을 샅샅이 찾고 아이 심장 구조가 정상인 걸 확인한 뒤 "끝까지 치료하겠다"고 결정했다.

뱃속에서 38주의 시간을 견딘 서린이가 세상에 태어난 것은 지난 4월10일. 아이의 심장은 몸 밖에 완전히 노출돼 뛰고 있었다. 심장을 보호할 흉골, 늑골이 없고 가슴과 복부 피부 조직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 열려 있었다. 다음날 김은기 성형외과 교수는 심장과 흉부 등을 보호하기 위해 임시로 인공 피부를 덮는 수술을 했다.

최세훈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5월7월과 14일, 22일 세 차례에 걸쳐 심장을 흉강 안으로 넣는 수술을 했다. 간 등 주변 장기손상 없이 심장이 들어갈 자리를 만드는 고난도 수술이다. 이후 6월10일 김 교수는 아이의 피부를 소량 떼어 배양한 피부를 가슴 부위에 이식했다. 피부로만 덮인 심장을 추가로 보호하기 위해 3차원(3D) 프링팅 기술도 동원됐다. 김남국 융합의학과 교수는 아이의 양측 흉곽을 모아주는 맞춤형 보호대를 제작했다.

재활 치료를 거친 아이는 일반병동으로 이동했고 생후 100일께는 엄마와 아빠를 보며 활짝 웃는 등 상태가 호전됐다. 퇴원한 서린이는 세 살이 지나면 흉벽을 단단히 만드는 추가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서린이 모친은 “병원 모든 의료진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치료법을 찾아 희망을 줬다”며 “서린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의료진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백 교수는 “진료 순간마다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이 있었지만 서린이가 보여주는 작은 변화가 의료진에게 분명한 희망이 됐다”며 “한 걸음이라도 계속 내딛으려는 마음이 새 가능성과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가 희소 질환을 가진 아이들과 가족들에게 전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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