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교의 정치권 금품로비 의혹을 파헤치는 경찰 특별전담수사팀 사무실이 있는 서울 미근동 경찰청 남관 3층은 요즘 새벽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다. 수사팀은 다급한 처지에 몰려 있다. 일부 혐의의 공소시효가 이미 만료됐거나 임박한 만큼 압수물 분석과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일정 정도의 성과를 내는 게 급선무다. 지난 8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의 진술을 확보한 김건희특별검사팀이 뒤늦게 사건을 이첩한 후폭풍을 경찰이 맞고 있다.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 자격도 있는 박 총경은 과거 연예인, 유흥업소, 경찰 고위직이 얽힌 ‘버닝썬 게이트’ 수사를 이끌었고, 정치권과 유력 인사들이 연루된 ‘가짜 수산업자’ 사건 수사에 관여했다. 내란특별검사팀에 파견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첫 대면조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수사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국수본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하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쉽지 않은 수사다. 전 전 장관은 2018년 무렵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금 2000만원과 1000만원 상당의 시계 한 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를 받는다. 뇌물죄는 현금 전달 장면 등과 같은 직접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간접 증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계좌 추적, 통화기록, 문자·메신저, 디지털 포렌식 등 간접 증거를 모아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의 인과관계를 구성해야 한다.
이번 수사는 국가수사체계 개편을 앞두고 경찰 수사력에 대한 신뢰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수사 결과가 미진하면 자연스럽게 특검을 요구하는 정치권의 논란은 커질 것이다. 여기에 내년 10월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신설을 앞두고 경찰 국수본의 역할과 기능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
정치권과 종교단체는 오랜 기간 불가근불가원의 관계였다. ‘표’가 되는 종교단체와 담을 쌓고 선거를 치를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통상적 관계를 넘어 청탁과 대가가 오가고 여기에 금품까지 건네졌다면 단죄해야 할 중대범죄일 뿐이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 부패의 고리를 끊어야 할 과제가 경찰 수사팀에 맡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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