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규모 저작권 침해 사이트 ‘누누티비’ 운영자가 검거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제2, 3의 누누티비’가 잇따라 등장하며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공짜로 드라마와 영화, 스포츠 중계를 볼 수 있는 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쿠팡플레이와 티빙 등 공식 OTT의 접속자가 줄고 있다. 일부 운영자 검거와 사이트 차단만으로는 불법 스트리밍을 근절하기 어려운 만큼 이용자 처벌을 강화해 불법이라는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웹사이트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에 따르면 지난달 티비위키는 사용된 4개 도메인 기준으로 접속 횟수가 6055만 회로 집계됐다. 누누티비 역시 지난달 사용된 3개 도메인 기준 접속 횟수가 521만 회였다. 두 사이트 모두 트래픽의 90% 이상이 국내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누티비와 티비위키는 영화와 드라마를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불법 사이트로, 지난해 11월 검거된 A씨(31)가 운영해 왔다.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A씨를 검거하며 그가 사용하던 도메인을 압수하고 접속 차단 조치를 취했지만, 이름이 같고 운영자는 다른 사이트가 곧바로 등장했다. 문체부와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 등이 공조해 어렵게 운영자를 붙잡았음에도 비슷한 사이트가 버젓이 불법으로 콘텐츠를 유통하고 있는 것이다. 티비착, 짭플릭스도 영화와 드라마 콘텐츠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불법 사이트다. 여기에 스포착, 365TV 등 스포츠 중계를 제공하는 사이트도 수십 개에 이른다.
이들 사이트는 불법 도박 조직, 성매매 업소 등과 결탁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도박 사이트, 성매매 업소 광고를 배너 형태로 게시해 주는 대가로 광고비를 받는 방식이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운 이유는 이들이 도메인 변경을 통해 단속을 무력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URL 차단에 나설 때마다 ‘OO1.com’에서 ‘OO2.com’처럼 기존 도메인에 숫자만 바꿔 운영을 이어가는 식이다. 티비착은 지난달에만 도메인을 여덟 차례 변경했다. 운영진은 텔레그램 채널이나 ‘대피소’로 불리는 링크 공유 사이트를 통해 변경된 도메인을 수시로 공지하고 있다.
불법 스트리밍 사이트가 기승을 부리면서 정식 OTT 플랫폼 시청자가 줄어들고 있다. 시밀러웹에 따르면 티빙과 쿠팡플레이의 접속자는 지난 10월 각각 482만 명, 238만 명에서 11월 424만 명, 216만 명으로 감소했다. 스포츠 중계 플랫폼 스포티비 역시 같은 기간 접속자가 27만 명에서 21만 명으로 줄었다. OTT업계 관계자는 “자체 모니터링단을 운영하고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에 삭제를 요청하고 있지만 하나를 차단하면 또 다른 사이트가 생겨나는 구조라 대응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운영자 검거와 사이트 차단만으로는 불법 스트리밍 생태계를 끊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이트는 언제든 새로 만들 수 있고, 차단된 링크도 곧바로 다른 주소로 대체되기 때문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무료 스트리밍 사이트를 불법적으로 이용하는 데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불법 콘텐츠 유통을 근절하려면 이용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적극적으로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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