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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AMD’로 불리는 메타X가 상장 첫날 700% 가까이 폭등했다. ‘중국판 엔비디아’를 꿈꾸는 무어스레드도 이달 초 상장 후 연일 급등하며 막대한 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증시에서도 현실화한 것이다. 미국의 고강도 제재가 오히려 주가 급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AMD·엔비디아 출신 창업

상하이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중국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 메타X는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상하이거래소 기술주 시장) 상장 첫날인 17일 693% 급등한 830위안에 장을 마쳤다. 공모가 104위안으로 시작해 하루 만에 8배가량으로 뛰었다. 시가총액은 단숨에 3320억위안(약 69조7500억원)으로 치솟았다.
메타X는 기업공개(IPO) 청약 경쟁률이 2986 대 1을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IPO를 통해 5억8580만달러를 조달한 뒤 이날 상하이증시에 입성했다.
메타X는 미국 AMD 엔지니어 출신인 천웨이량이 동료들과 2020년 창업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인공지능(AI)에 특화된 GPU 시윤 C500 시리즈를 출시했다. 최신 제품인 C588은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칩인 H100과 성능 격차를 크게 좁힌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일에는 ‘중국판 엔비디아’로 불리는 무어스레드가 상장해 첫날 주가가 5배 급등했다. 현재 주가는 715위안으로 상장 당시보다 6배 넘게 뛰었다. 무어스레드는 엔비디아 출신 장젠중이 2020년 창업한 회사다. 그는 2018년 엔비디아 퇴사 이후 한 달 만에 AMD와 인텔 개발자들로 구성된 기술팀을 꾸린 것으로 유명하다. 회사 창업 4년 만에 텐센트, 바이트댄스, 차이나모바일, 세쿼이아차이나, 선전 캐피털그룹 등 유명 기관투자가로부터 50억위안(약 1조4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했다.
중국 선완훙위안증권은 “무어스레드가 자체 개발한 풀스택 GPU는 AI 컴퓨팅 분야의 급격한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그래픽과 AI 핵심 기술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으로 시장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제재가 오히려 기회”
‘레드테크’(중국 첨단 기술) 기업의 잇단 상장 대박은 미국의 제재가 중국의 기술 자립을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시장에 확산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고성장할 것이란 기대가 투자 열기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블룸버그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 판매가 제한된 엔비디아를 대체할 잠재력 있는 중국 기업들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AI 딥시크의 출현 이후 해외 자본이 중국 기술 업종을 바라보는 태도가 크게 바뀌었다”고 말했다.
무어스레드와 메타X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다른 중국 반도체업체도 줄줄이 상장을 서두르고 있다. 또 다른 AI 반도체 스타트업 비렌테크놀로지는 내년 1월 홍콩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IPO를 통해 3억달러(약 4400억원)를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와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 등도 IPO를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증권업계 고위 관계자는 “글로벌 기관투자가의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이 중국 반도체”라며 “미국 AI 거품론이 커질수록 대안을 찾는 투자자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중국 반도체주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어스레드 주식은 매출 대비 1000배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다른 중국 전자업체 평균인 12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중국 시노링크증권은 무어스레드가 2027년에야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만수/조아라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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