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청 출신도 재취업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자칫 군납 비리에 연루될 수 있어 방사청 출신 장성과 공무원들이 민간 기업으로 이직하는 것을 엄격히 제한했지만 한국 방위산업이 수출산업으로 바뀌면서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17일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최근 들어 방사청 출신 장교의 퇴직 후 재취업을 허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방사청을 거친 육군 중령이 정부 취업 심사를 통과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국방신사업담당부장으로 옮겼다. 7월 전역한 육군 중령도 지난달 풍산 사업개발팀으로 이직했다. 인사처는 두 예비역 중령 모두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과거엔 방사청 출신이 민간 기업으로 옮기는 것을 까다롭게 규제해 방사청 내 이직 지원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3월에도 인사처는 방사청 출신 해군 대령의 한화오션 취업을 불허했다. 2023년 5월에도 방사청에 근무하던 육군 중령이 전역 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옮기려다 취업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방사청 출신 장성급으로 한정하면 최근 5년간 취업 심사를 거쳐 기업으로 옮긴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
방사청은 민간 기업과 직접 맞닿아 있는 데다 무기체계 개발·도입 업무를 총괄하기 때문에 규제가 엄격하다. 방사청은 2006년 군납 비리를 방지하기 위해 국방부에서 독립했다. 그러나 무기 조달에 그치던 방사청의 역할이 방산 육성, 연구개발(R&D) 및 수출 지원 등으로 확대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무기 개발 검토와 예산 마련 등 기업과 방사청이 긴밀하게 협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방산 비리가 크게 줄어든 것도 방사청 변화 요인이 됐다. 방사청은 2014년 세월호 구조에 투입된 해군 통영함이 군사용이 아니라 값싼 어업용 음파탐지기를 장착한 사실이 탄로나 대대적 수사를 받았다. 재판에서 정부가 사기를 당한 것으로 결론 났으나 당시 수사에 이어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됐다. 방사청 관계자는 “방산 개발 과정이 투명해지면서 후진국형 리베이트·향응 비리는 거의 사라졌고 일부에선 기업과 정부 간 소통 단절이 더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로펌업계도 방사청 출신 법무 인력을 원하고 있다. 이직이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방사청 근무 경력과 전문성이 군수 관련 계약 자문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공군 소속으로 방사청에서 근무한 고건영 법무관은 지난해 10월 김앤장으로 옮겼고, 방사청 출신인 조인형 변호사도 법무법인 세종으로 이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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