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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익명 제보에 학칙에도 없는 '전원 재시험'…학생 반발

입력 2025-12-18 11:01   수정 2025-12-18 14:58


최근 대학가에서 시험 부정행위 논란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부 학교의 과도한 대응 사례가 알려지며 학교의 조치의 적절성을 두고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부정행위 발생 시 대응 원칙을 명확히 한 교칙이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대학가에 따르면 상지대 한의과대학은 최근 약리학 기말고사에서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돼 수강생 전원 재시험 방침을 세웠다. 해당 시험은 객관식 144문항으로 구성돼 있으며 시험 시간은 2시간 30분에 달한다. 학교 측은 부정행위자를 적발해 제재하는 방식이 아닌 전원 재시험을 결정한 이유를 함께 공지하지는 않았으나 ‘재시험 미응시 시 0점 처리’ 방침까지 내렸다.

전원 재시험 방침이 알려지자 학생들은 반발했다. 부정행위가 있었다면 해당 행위자를 가려내 개별적으로 제재하는 것이 원칙이지, 일부 부정행위 의혹을 이유로 모든 수강생이 재시험을 치르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특히 기말고사 일정 이후 해외 일정이 예정돼 있어 재시험 응시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학생들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사실관계 확인 없이 익명 제보만을 근거로 재시험을 실시할 경우, 시험 결과에 불만이 있는 학생들이 익명 제보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학생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학과는 하루 만에 전원 재시험 방침을 취소했다. 한 한의대 학생은 “부정행위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되다 보니 특정 학생을 가려내기 어렵다고 판단해 가장 쉬운 방법을 택한 것 같다”며 “하지만 열심히 공부해 시험을 마친 학생들까지 다시 시험을 보게 하는 것은 과도하고 불합리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대학가에서는 최근 시험 부정행위 논란이 이어지면서, 학교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연세대와 고려대에서는 AI와 오픈채팅방 등을 이용한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했다. 한 사립대 교수는 “부정행위 적발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관련 상황이 발생했을 때 어떤 절차와 기준에 따라 대응할지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며 “대학 차원의 가이드라인이나 교칙이 마련돼야 혼선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상지대 학칙에는 부정행위 발생 시 시험 재실시와 관련한 학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지대 한의과대 학장은 시험 재실시 희망 날짜 등을 묻는 설문조사에서 "최근 연세대 부정행위에서 볼 수 있듯이 이러한(부정 행위) 사건들은 학교 명예를 크게 실추시키고 학생들의 학업 의욕을 떨어뜨린다"며 "이 조치(재실시)에 따른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기말시험 재실시를 시행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학칙에 (시험 재실시 관련) 규정은 없지만 제한하는 규정도 없으므로 학장 재량에 의해 실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상지대 한의과대학 측은 해당 사안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의과대 학장은 전체 재시험 결정 배경에 대해 "내부 사정이라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부정행위자 신원과 구체적인 부정행위 내용이 파악됐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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