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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누락' 고려아연 유증 일정 미뤄질까…금감원으로 넘어간 공

입력 2025-12-18 15:30  

이 기사는 12월 18일 15:3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미국 정부 및 기업을 끌어들여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 했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계획이 틀어질 위기에 처했다. 고려아연이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프로젝트 관련 중대 사항을 제대로 공시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금융감독원 정정 공시 요구로 유상증자 일정이 미뤄져 올해 말 주주명부 폐쇄 전 우호 지분을 확대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지난 15일 유상증자 결정 공시에서 주요 사항이 누락됐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공시를 통해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프로젝트 관련 개괄적인 사업·경영 계획과 유상증자 내용만 밝혔다. 같은 날 이사회에서 논의·결의한 미국 정부 측과 함께 세우는 합작법인(JV)의 수익 배분 구조와 미국 정부에 부여한 신주인수권, JV가 보유한 이사 추천권 등은 알리지 않았다.

JV에 사실상 배당에 가까운 수수료를 매년 최대 1억달러(약 1480억원)를 지급하고, 미국 전쟁부(국방부)에 제련소 운영법인 지분 최대 34.5%를 취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건 투자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이 25억2500만달러(약 3조7300억원)을 직접 투자하고, 8조4000억원 규모의 지급 보증을 서면서 추진하는 테네시주 제련소 프로젝트의 과실이 고려아연뿐 아니라 미국 정부로 나눠진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아연이 주요 공시를 누락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장은 곧장 반응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장 초반부터 하락세를 이어가 5.70% 하락한 130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IB 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자기자본보다 큰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정확한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시해야 한다는 게 시장의 상식"이라며 "부실 공시는 주가의 변동성을 증폭시키고, 시장의 혼란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의 결정에 따라 유상증자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려던 최 회장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오는 26일을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납입일로 정해놓은 상황이다. 최 회장 입장에선 유상증자를 주주명부 폐쇄일인 오는 31일 전까지 마무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자 시점이 내년으로 넘어가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해당 지분은 의결권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고려아연 주주 입장에선 굳이 유상증자를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다. 연내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고려아연은 JV에 442억원에 달하는 배당금도 지급해야 한다. 고려아연 소액주주 입장에선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불필요한 회사 자금이 배당금 명목으로 새어나가는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공시 누락으로 대규모 투자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황인 데다 연내 유상증자 시 JV에 배당금까지 지급해야 한다면 소액주주 입장에선 증자 시점이 내년 이후로 미뤄지는 게 낫다"며 "금감원이 공시 누락을 문제 삼아 정정을 요구하는 범위나 시기에 따라 증자 시점이 미뤄질 수 있는 만큼 결국 공은 금감원으로 넘어간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법률 검토를 거쳐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충분히 공시했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세부적인 거래조건 중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항은 필요한 시점에 추가 공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종관/최석철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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