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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영은 100억 아파트 산다는데…" 2030 앓는다는 '이 병' [트렌드+]

입력 2025-12-18 23:13   수정 2025-12-19 00:07

"두바이 쫀득 쿠키 하나 사 먹는데도 손 떨리는데...서민통 온다."

"강남 아파트 평당 1억 넘는다는 얘기 들으면 거지통 와서 미치겠다."

"연예인 OOO이 몇십억짜리 아파트 사서 △△△랑 이웃이래 거지통 와."


경기 불황이 길어지는 가운데 연예인들의 수백억대 건물 매입 소식과 치솟는 부동산 가격 기사가 연일 쏟아지면서, 젊은 층이 체감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선명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이런 감정을 속으로 삼키거나 애써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그 감정 자체를 하나의 '증상'처럼 이름 붙여 웃음으로 소비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거지통(痛) 온다", "서민통 온다"라는 신조어가 이를 상징한다.

'통(痛)'이라는 표현의 확산 속도도 가파르다. 18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17일까지 '거지통', '서민통' 언급량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4만3000%, 1만662% 급증했다.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일상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상투어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연예인 일상이 불러온 '서민통'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아이브 장원영이 100억대 부동산을 샀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박탈감이 들더라. 물론 열심히 해서 번 거겠지만, 나도 분명 열심히 사는 데 아무리 노력해도 서울에 방 한 칸 살 수 없는 내 현실이 너무 슬프다"는 글이 올라온다.

또래이지만 자산의 '격차'가 갑자기 눈앞에 드러나는 순간, 감정이 급격히 꺾인다는 반응이다.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MBC '나 혼자 산다'를 두고도 비슷한 반응이 나온다. "요즘은 몇백억 집, 몇억짜리 차, 수십만 원짜리 밥 먹는 모습만 보여주니까 서민통이 온다. 보는 내내 마음이 아프다"는 댓글이 이어진다. 부러움보다는 거리감, 감탄보다는 피로감이 먼저 따라온다는 의미다.

블랙핑크 제니가 올린 사진 속, 방으로 추정되는 공간에 디지털카메라 수십 대가 전시된 장면을 보고 "서민통 온다"고 적은 누리꾼도 있다.

그는 "어릴 때는 별생각 없었는데, 28살이 되니까 그냥 서민통이 와서 의도적으로 이런 영상 보기를 회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부러움이 단순한 감탄을 넘어, 자신을 불편하게 만드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고백이다.
◇두바이 쫀득 쿠키 세 개에 몰린 공감…"저걸 한 번에?"


특히 이 표현은 거창한 지출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소비 선택에서 경제적 한계를 체감할 때 더 자주 쓰인다. 가격 부담이 큰 '두바이 쫀득 쿠키'를 여러 개 겹쳐 먹는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534만 먹방 유튜버 떵개떵이가 최근 올린 영상에서 두바이 쫀득 쿠키 세 개를 겹쳐 먹는 장면이 각종 커뮤니티로 확산하자, "서민통 온다. 두쫀쿠 하나도 못 사 먹는데 저걸 세 개씩 한 번에 먹냐", "떵개가 두쫀쿠 몇 개씩 먹는 거 보고 서민통 옴"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두바이를 저만큼이나, 권위 있으시다", "저걸 쌓아두고 먹을 수 있는 통장과 한 번에 다 먹어 치울 수 있는 권력이 동시에 느껴진다"는 과장된 농담을 덧붙였다. 웃음으로 포장됐지만, 그 이면에는 "나는 저 소비를 따라갈 수 없다"는 체감이 깔려 있다.

이런 감정은 일상에서도 쉽게 증폭된다. 엑스(X·옛 트위터)에는 돈이 없어 어묵 대신 어묵 국물만 먹는 상황을 찍어 '거지통'이 오는 순간이라며 공유하는 게시글도 적지 않다.

한 누리꾼은 "강남 백화점에 갔는데 잘 차려입은 할머니·할아버지들이 여유롭게 다니는 모습을 보면 거지통이 온다"며 "취미생활을 즐기고 깔끔하게 옷 입은 모습을 보면 지금의 내 모습이 초라해 보이고, 내 미래도 저럴 거라는 기대가 전혀 생기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일 때문에 판교의 한 백화점에 갔는데, 평일 점심시간에 부티 나게 차려입은 젊은 남녀들이 여유롭게 쇼핑하는 모습을 보고 괜히 더 부러워졌다"고 적었다. 소비 공간에서 마주치는 '여유'가 단순한 부러움을 넘어,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고가 소비 아이템이 화제가 될 때마다 '통'은 반복적으로 소환된다. 신라호텔 10만 원 빙수, 루이비통 160만 원 붕어빵 키링이 공개될 때마다 "이런 건 누가 사 먹는 거냐, 서민통 온다", "부자들은 저걸 160만 원 주고 아무렇지 않게 사는 거냐"는 반응이 쏟아진다.

나아가 박탈감의 대상은 경제를 넘어 개인의 처지 전반으로 확장되는 모습도 보인다. "돈은 없는데 배는 고파서 먹방 유튜브 보며 서민통을 느끼고 있다", "인스타 스토리만 봐도 가난통, 서민통, 찐따통이 동시에 온다", "아 거지통 온다. 친구 용돈이 내 다섯 배다. 부자 친구라서 솔직히 너무 부럽다"는 글이 이어진다. '노비통', '계급통' 같은 표현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배경이다.
◇소득 지표와 어긋난 청년들의 삶의 만족도


하지만 지표는 또 다른 역설을 보여준다. 통계청과 데이터부가 발표한 '청년 삶의 질 2025 지표'에 따르면 19~34세 청년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2023년 7.6%로, 2012년 11.6%에서 크게 낮아졌다.

국제 비교에서도 한국 청년층의 소득 여건은 비교적 양호한 편이다. 2022년 기준 한국 청년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8.7%로 OECD 38개국 가운데 9번째로 낮았고, OECD 평균보다도 낮았다. 소득 지표만 놓고 보면 극단적으로 악화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삶의 만족도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였다. 지난해 한국 청년층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5점으로 OECD 38개국 중 31위에 그쳤고, OECD 평균에도 못 미쳤다.

높은 주거비 부담과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얼마를 버느냐"보다 "살 수 있느냐", "미래가 보이느냐"가 만족도를 좌우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그래서 '거지통', '서민통'은 단순히 통장이 얇아서 느끼는 감정이라기보다, 같은 시대를 살지만, 전혀 다른 인생을 사는 듯한 격차를 매일 마주하며 쌓여온 감정의 누적값에 가깝다.
◇전문가들 "자조와 해학 사이…젊은 세대의 언어 선택"


전문가들은 '거지통', '서민통'이라는 표현이 최근 젊은 세대의 감정 표현 방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고 분석한다. 과거에는 경제적 열등감이나 결핍을 드러내기보다 숨기려는 분위기가 강했다면, 최근에는 자신을 자조하거나 비하하는 표현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며 이를 유머로 희화화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설명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거지통', '서민통' 같은 표현은 삶의 여유를 잃어버린 현실에서 나온 자조적 언어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통증의 '통'자를 붙이고, 자신을 '거지'라고까지 표현하는 데에는 많은 사람이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특히 젊은 세대가 이를 더 강하게 체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자신들의 어려움을 공유하기 위해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 소통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가 차원에서는 삼성, 현대 같은 대기업을 보유하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하지만, 상당수 국민의 삶은 그 현실과 괴리가 크고 생활의 어려움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간극에서 비롯된 자조감이 반영된 표현"이라며 "SNS를 통해 같은 세대끼리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라고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는 측면도 크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가 '서민통', '거지통'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해학적 의미가 강하다. 서민이나 거지라는 표현을 스스로 소화해 입 밖으로 꺼내고, 여기에 '통(痛)'을 붙여 고통을 표현하는 것"이라며 "실제로 서민이나 거지가 아니라 해도 그만큼의 체감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이는 단순한 자조라기보다는 해학을 통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래도 더 열심히 살아보자'는 다짐에 가깝다"며 "양극화와 부의 쏠림 같은 변화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좌절에 빠지기보다는 한 번 웃고 넘기며 버텨내려는 젊은 세대 특유의 패기와 적응 방식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지희 한경닷컴 기자 kee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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