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18일 14:4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11조원 규모의 미국 제련소 건설을 추진 중인 고려아연이 현지 합작법인(JV)을 대상으로 대규모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증자 시점과 배당 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15일 미국 제련소 건설 추진과 함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신주 인수 주체는 ‘크루시블(Crucible) JV LLC’이며, 대금 납입일은 오는 12월 26일로 예정돼 있다.
크루시블 JV는 이번 증자를 통해 고려아연 보통주 220만9716주를 2조8508억원(주당 129만원)에 인수할 계획이다. 이는 증자 전 발행주식 총수의 약 10.25%에 해당하며, 최근 자사주 소각을 반영한 현재 기준으로는 지분율이 약 10.59%까지 올라간다.
증자 대금 납입 시점이 연말로 설정되면서 곧바로 배당 대상이 된다. 고려아연의 배당기준일은 12월 31일로, 이 날짜에 주주명부에 등재된 주주에게 배당이 지급된다. 크루시블 JV는 12월 26일 유상증자 대금 납입을 완료하면 배당기준일 기준 주주로 인정돼, 주식을 인수한 지 며칠 만에 배당을 받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결산배당으로 1주당 2만원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크루시블 JV는 인수 예정 주식 220만9716주에 대해 약 442억원의 배당금을 수령하게 된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 직후, 상당한 규모의 현금이 배당 형태로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제련소 건설이 수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증자 대금 납입 시점을 굳이 연내로 잡을 필요가 있었는지를 두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공장 착공 시점이 2027년 이후로 거론되는만큼 실제 자금 집행까지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다. 대금 납입을 2거래일만 늦춰도 배당 지급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크루시블 JV가 확보하는 지분은 현재 진행 중인 영풍·MBK파트너스와 최윤범 회장 간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핵심 변수로 꼽힌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가 확정되는 기준일이 올해 12월 31일이라는 점에서 증자 일정이 해당 시점에 맞춰 설계됐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 목적의 증자라면 납입 시점을 연내로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결과적으로 회사가 조달한 자금 일부를 다시 배당으로 지급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영풍·MBK파트너스는 지난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이번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해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영풍·MBK 측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특정 주주의 지배력 유지를 목적으로 한 신주 배정은 상법과 대법원 판례에 반한다”며 “가처분 신청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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