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엡손이 ‘더스트프리(Dust-Free)’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키워드를 통해 프린팅 환경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에너지 저감이나 탄소 저감 차원이 아닌 실제 사무실과 생활 공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먼지, 오존,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유해 물질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프린터 출력 시 환경에 해로운 물질을 방출하면 안 된다’는 가치를 증명한 캠페인이다.
엡손은 이 캠페인을 통해 기술 중심의 차별화를 넘어 프린터를 사용하는 환경에 새로운 가치를 제시한다. 이를 통해 기업 고객과 소비자 모두에게 지속가능한 선택지를 제안하고 있다.
박성제 이사는 한국엡손에 입사한 뒤 2011년 국내 최초로 정품 무한잉크 프린터를 선보였고, 2021년에는 에코프린팅 캠페인을 론칭하는 등 엡손의 시그너처 제품과 캠페인을 기획·진행해왔다. 올해는 더스트프리 캠페인을 주도적으로 전개하며 글로벌 시장에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박 이사를 만나 더스트프리 캠페인과 엡손이 고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에 대해 물었다.
- 더스트프리 캠페인의 핵심은 무엇인가.
“더스트프리 캠페인은 엡손의 제품이 실제 사무실 환경에서 미세먼지와 화학물질 저감에 어떤 이점을 지니는지를 알리는 캠페인이다. 엡손 프린터로 출력 전후를 비교해 미세·초미세먼지(PM10·PM2.5), 오존(O₃),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등 3가지 요소의 변화를 측정했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의뢰해 성능 시험을 진행한 결과, 엡손 에코프린팅 프린터(AM-C4000, AM-C400, L6490 모델 등)는 인쇄 작동 전후 미세·초미세먼지 방출량이 정량 불가 수준으로 측정됐다. 이는 방출량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오존 방출량 역시 ‘정량 한계 미만(BLQ)’ 수준이었고, 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도 출력 전후 변화 폭이 매우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즉 출력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사내 공기질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 타사와 구체적으로 비교한 데이터가 있는가.
“타사와 비교한 데이터가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실 일반적으로 레이저 기반의 기술은 토너 가루가 날릴 수 있기에 더스트프리를 내세우기에 리스크가 있다. 또 토너 가루가 미세하게 분사되기 때문에 실제 프린팅 후 오존 냄새를 경험하기도 한다. 다만, 타사 제품을 직접 검사한 것은 아니기에 구체적으로 답변하기는 어렵다. 다른 잉크젯 프린터도 엡손과는 기반 기술이 다르기에 더스트프리를 동일하게 주장하기가 쉽지 않다. 마이크로피에조 기반 원천기술을 사용하는 우리와는 다르다. 더스트프리 캠페인은 이런 기술적 차별성을 바탕으로 엡손만이 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이다.”

- 최근 엡손이 더스트프리 캠페인을 추진하는 배경은.
“잉크젯 기반의 제품을 만드는 엡손은 6년 전부터 전 세계적으로 히트프리(Heat-Free)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해왔다. 열을 사용하지 않고 출력하는 방식이 에너지 저감 및 탄소 저감에 기여한다는 메시지였다. 아쉬운 점은 프린터를 사용하는 사무실 환경, 프린터를 사용하는 이들의 삶의 질이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구환경에 기여하는 가치뿐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임직원에게 체감할 수 있는 가치를 전달하고자 했고, 그 과정에서 더스트프리 메시지를 고민하게 되었다. 캠페인을 론칭한 지 이제 1년 정도 지났다.”
- 더스트프리 제품군이 따로 있는가.
“엡손의 잉크젯 기반 전체 제품이 더스트프리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더스트프리 제품의 메인 타깃은 기업 고객이지만, 기업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건 아니다. 가정용도 적합하다. 더스트프리 캠페인 메시지를 개발할 때 기업용·가정용 프린터를 기반으로 데이터를 측정했다.”
- 더스트프리 렌털 서비스 론칭 후 6개월이 지났다. 고객의 반응은 어떤가.
“좋은 피드백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더스트프리 캠페인을 론칭하면서 고객의 관점으로 접근하기 위해 온라인 렌털(구독) 서비스를 함께 선보였다. 7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100명 이상의 잠재 고객을 개발했고, 그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 명의 영업사원이 한 달에 5건의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어려운 것을 고려하면, 100건은 매우 고무적인 숫자다. 보통 렌털 비즈니스도 오프라인상에서 직원을 통해 진행하는데, 엡손처럼 온라인 구독 서비스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프린팅 제품을 사용하는 연수나 사무 환경이 모두 다르다. 제품을 길게도, 짧게도 쓸 수 있는데 렌털을 통해 고객의 출력 환경에 유연하게 맞추고자 한다. 또 온라인 구독을 통해 편의성도 높였다.”


비즈니스 성과, 사회적가치 관점에서 평가
- 엡손의 경영철학이 더스트프리 캠페인과 어떻게 연결되나.
“엡손의 경영 이념은 ‘지구를 친구로’다.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성과를 측정할 때 투자 대비 수익률(ROI)로 측정한다. 엡손은 ‘사회적 수익률(S-ROI)’이라는 개념을 적극 활용해 사회적가치를 중요하게 측정하고 있다. 디테일하게 정량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최대한 정량화해 지표로 관리한다. 예를 들어, 더스트프리 캠페인을 론칭할 때 사회적가치를 얼마나 제공했는지 S-ROI 관점에서 평가한다. S-ROI를 기반으로 세계 최초 종이 업사이클링 시스템인 페이퍼랩도 나올 수 있었다. 단순한 매출뿐 아니라 판매 활동이나 메시지, 실천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하는 경영철학이 더스트프리 캠페인에 녹아 있다.”
- 더스트프리 캠페인을 한국 법인에서 주도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해외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나.
“더스트프리 캠페인은 한국 법인이 주도하고 있다. 얼마 전 엡손 아시아 미팅이 있었고, 더스트프리 캠페인을 소개했는데 상당히 좋은 피드백을 받았다. 동남아나 중국도 적극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스트프리 캠페인은 한국의 환경규제를 고려해 공인 기관의 정식 테스트를 거쳐 진행한 캠페인이다. 타국에서도 현지 상황에 맞게 검토하고 도입할 것으로 기대한다.”
- BYN블랙야크그룹이 전사적으로 더스트프리 제품을 도입했다. 환경가치를 중요시하는 기업이다.
“엡손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블랙야크의 기업 철학이 들어맞은 것 같다. 블랙야크는 보틀 투 파이버(bottle to fiber), 즉 플라스틱 물병으로 섬유 소재를 만드는 등 환경가치를 중요시하는 활동을 이어왔다. 엡손의 제안을 BYN블랙야크그룹이 흔쾌히 받아들였고, 의사결정도 빠르게 이뤄졌다.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거나, 좀 더 차별화된 가치를 함께 제공하는 2가지 방식이 있다고 본다. 엡손이나 블랙야크도 이 같은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에 대한 공감대가 있었다. 이 또한 앞서 말한 S-ROI 관점에서 의미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BYN블랙야크그룹도 S-ROI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영위를 위한 전략을 구성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결을 같이한다.”
고객에게 더 좋은 가치 제공
- 앞으로 다른 회사와도 열린 협업을 할 생각이 있나.
“엡손은 프린팅 솔루션과 페이퍼랩, 텍스타일 프린팅 등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제품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철학과 지향점이 같은 기업과 언제든 협업할 준비가 되어 있다. 외부 솔루션과의 조합을 통해 고객에게 토털 솔루션, 토털 플랫폼으로서 제공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또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서 단순한 출력 기능뿐 아니라 고객이 안전함과 즐거움을 느끼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단순한 프린팅이 아닌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더스트프리 기술이 특히 주목받을 산업군은. 의료나 교육 등이 떠오른다.
“지난해 초등학교에 대량 납품한 사례가 있다. 교장선생님과 학부모 모두 아이들이 생활하는 공간에서 사용하기에 안전한 제품이라는 것에 만족을 표했다. 굉장히 좋은 사례다. 미세먼지나 오존 노출을 줄이는 데 가치를 두는 산업이라면 충분히 시너지가 날 수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반도체 장비 산업처럼 청정 환경이 중요한 분야에도 적합할 수 있다. 특정 산업에 국한하기보다는 열린 시각으로 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 앞으로 엡손의 목표는.
“목표는 매우 높다. 현재 비즈니스 잉크젯 시장에서 엡손 프린터의 마켓쉐어가 5%다. 더스트프리에 힘입어 중장기적으로 20~30%까지 늘리고자 하는 정량적 목표를 갖고 있다. 앞으로 프린팅 시장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정보량 자체가 계속 증가하기에 사업장에서 출력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본다. 그런 관점에서 엡손은 이 시장을 어떻게 건강하게 만들어가느냐를 중요한 과제로 삼고 있다.”
- 기업이 지속가능한 가치를 좇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나.
“회사마다 기준은 다르겠지만, 앞으로 80년이 더 지난 후를 생각해보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하지 않는 회사는 살아남기 어렵다고 본다. 사회적가치 창출이 없으면 장기적으로 쉽지 않다. 엡손이 지금 추진하는 모든 활동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당분간 더스트프리 캠페인에 집중할 계획이며, 재활용 가치를 지닌 페이퍼랩 론칭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엡손은 단순히 프린터를 파는 회사가 아니라 기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는 회사가 되고자 한다.”
구현화 한경ESG 기자 kuh@hankyung.com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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