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방직을 모태로 하는 DI동일은 올해 9월 창립한 지 70년을 맞았다. 섬유 사업을 시작으로 2차전지와 전선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소재까지 사업 영역을 넓혀 왔다. 서울 강남 한가운데 자리한 사옥 빌딩 가치만 60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산되는 등 오랜 업력에 걸맞게 부동산 자산도 상당하다.여기에 더해 DI동일은 밸류업 정책을 가장 앞장서서 실행하기도 했다. 2023년 하반기 회사 주식을 사기 시작해 한때 지분율을 15%대까지 끌어올린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요구를 거의 모두 들어준 결과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DI동일의 주가는 뒷걸음질 쳤다. 2023년 초 2만4000원대이던 주가가 한때 5만원까지 올랐지만 최근 2만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2400에서 4000까지 상승하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주가 조작의 대상이 됐다는 점이다. 지난 9월 발표된 금융당국 조사에서 주가조작 세력이 부당한 이득을 취하기 위해 회사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활동을 벌인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를 감안해도 현재 주가 수준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약속한 조치를 모두 이행한 이후이기 때문이다. 각종 밸류업 정책이 정말 주가에 도움이 됐다면 최소한 해당 조치를 취하기 전보다는 주가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야 한다. 밸류업을 명분으로 실행한 여러 방안이 특정 세력의 ‘주가 띄우기’용 재료로만 쓰였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숨 가쁘게 추진된 각종 밸류업 정책은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신규 상장기업들이 자본시장에서 순조롭게 자금을 조달하는 토양이 됐다. 하지만 DI동일 사례에서 보듯 증시 제도 개선과 기업 자체의 본질적 가치 상승은 별개다. 상장사 전체를 대상으로 한 제도 변화는 신중해야 한다. 자사주 소각 강제화, 인수합병(M&A) 시 소액주주 지분 100% 인수 등 밸류업을 내걸고 갈수록 강경해지는 정책에 대해 속도 조절을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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