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러는 에코백과 더불어 환경을 중시하는 이들의 필수품으로 꼽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확산으로 이 제품을 기념품으로 활용하는 기업과 기관이 부쩍 늘어나면서 텀블러 보급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하지만 텀블러 열풍이 탄소 배출량 저감으로 이어지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텀블러 생산 과정에서 종이컵의 24배, 플라스틱 컵의 13배에 달하는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재질이 복잡하고 생산 과정이 길어서다. 텀블러 사용이 탄소 감축으로 이어지려면 최소 20~30번 써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꾸준히 사용되는 텀블러는 10개 중 1개가 될까 말까다. 휴대가 힘들고 세척이 번거로운 탓에 대부분의 텀블러가 집과 사무실에 고이 모셔져 있는 게 현실이다. 에코백이나 종이 빨대 등 다른 환경 용품을 놓고도 효용성 논란이 거세다. 제조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은 탄소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그제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새로운 일회용품 감축 계획을 내놨다. 카페를 찾은 손님이 일회용 컵을 원하면 100~200원의 컵값을 별도로 내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컵 가격은 업주가 자율로 정할 수 있다. 일회용 빨대 역시 노약자 등이 요청하지 않는 한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미 폴바셋(500원 할인), 스타벅스(400원) 등 대다수 카페 브랜드는 텀블러를 들고 오는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또한 커피 가격에는 점주들이 일회용 컵 가격을 이미 반영해놓은 상태다. 정부가 컵 비용 별도 징수를 의무화하면 음료 가격만 비싸질 소지가 다분하다. 이 정도 할인으로 소비자들이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겠냐는 목소리도 있다.
그린피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이 일회용 컵을 텀블러 같은 다회용 컵으로 대체하는 데 성공했을 때 연간 25만t의 탄소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한국 전체 탄소 배출량의 0.04%에 불과하다. 텀블러 캠페인은 민간에 맡기고, 정부는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에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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