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12월 12일자 A1, 5면 참조
파격 인사의 배경에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이 있다. 자율주행 기술의 기반이 되는 SDV 기업으로 조직 DNA를 바꾸겠다는 의지를 인사에 담았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사를 시작으로 SDV를 중심에 놓고 차량 설계부터 생산까지 뜯어고친다는 계획이다. 테슬라와 비야디(BYD) 등 중국 업체들이 주도하는 자율주행 경쟁에 본격 뛰어들기 위해서다.

신임 R&D본부장으로 선임된 하러 사장은 25년 동안 포르쉐, BMW 등에서 섀시 개발 등을 맡은 전통 자동차 엔지니어인 동시에 애플에서 ‘자율주행 프로젝트’(애플카)를 주도한 정보기술(IT) 전문가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두루 아는 전문가에게 운전대를 맡겨 SDV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두 분야를 두루 경험한 인물이 필요한 건 SDV 제조 방식 때문이다. ‘바퀴 달린 컴퓨터’로 불리는 SDV는 스마트폰처럼 자체 운영체제(OS)를 통해 차량 성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자동차다. 자율주행 기술을 구현하려면 SDV가 필수다. 수십 개의 제어기(ECU)로 이뤄진 기존 자동차 시스템으론 실시간 정보를 반영해야 하는 자율주행 기술을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SDV 전환을 위해선 소프트웨어가 잘 동작하도록 차량 설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그동안 내연기관차를 만들어 온 하드웨어 조직과 SDV를 담당하는 소프트웨어 조직이 이견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제조부문장을 부사장에서 사장급으로 끌어올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 사장은 완성차 생산기술을 맡는 제조솔루션본부와 수익성 및 공급망을 관리하는 구매본부를 총괄한다. 아울러 소프트웨어중심공장(SDF) 구축을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설계(R&D)가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바뀌면 생산 역시 이에 맞춰 변경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로봇 등 그룹의 차세대 생산체계 구축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제조 부문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 부문에선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하러 사장이 하드웨어 완성도를 해치지 않으면서 소프트웨어 기술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R&D본부뿐 아니라 지난 5일 소프트웨어 연구를 책임지는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인 송창현 사장도 교체했다. 그의 후임은 이른 시일 안에 선임할 계획이다.
미국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올린 윤승규 기아 북미권역본부장도 사장으로 승진했다. 윤 사장은 미주실장과 미국·캐나다 판매법인장을 거친 판매 전문가다. 금융 계열사에선 조창현 현대카드 대표와 전시우 현대커머셜 대표가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싱크탱크인 HMG경영연구원은 신용석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 경제학과 교수(부사장)가 맡는다.
전체 승진 규모는 지난해(239명)보다 줄어든 219명이다. 신임 상무 2명 중 1명(49%)은 40대로 채워져 상무 초임 평균 연령이 사상 처음으로 40대에 진입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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