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이 18일 파면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국회가 탄핵소추한 지 371일 만에 나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다. 헌재는 “피청구인의 행위는 경찰청장에게 부여된 헌법 수호의 사명과 책무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며 “이는 계엄 선포 전후의 사정이나 피청구인의 상황 인식 등 어떤 사정에 비춰 보더라도 정당화되거나 용인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는 그가 계엄 선포 직후 국회를 봉쇄하고 출입을 통제하는 등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에 경찰을 배치해 내란에 가담했다는 이유를 들어 탄핵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조 청장이 국회와 선관위 등의 출입을 통제한 것을 사실로 인정하면서 “행위 그 자체로 대의민주주의와 권력분립 원칙에 대한 중대한 위반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헌법 질서에 미친 부정적 영향도 엄중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엄의 위헌·위법성을 인식하고도 오히려 자신의 지휘하에 있는 경찰들을 동원해 시민과 대치하도록 하고 경찰 조직 전체가 국민으로부터 불신받을 상황을 초래했다”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경찰의 명예를 되찾기 위해선 피청구인에게 엄정한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파면 필요성에 대해선 “13만 명이 넘는 경찰관을 포함한 소속 공무원과 각급 경찰 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하는 지위인 만큼 파면 결정이 가져올 국가적 손실이 경미하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피청구인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해악이 중대해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손실을 압도할 정도로 크다고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년 넘게 이어진 경찰 조직의 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후임 청장 인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직은 탄핵소추와 함께 조 청장 직무가 정지된 이후 371일간 수장 부재 상태에서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돼 왔다.
차기 경찰청장으로는 경찰에서 두 번째로 계급이 높은 치안정감 7명 중에서 나올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경찰청 차장, 국가수사본부장, 서울청장, 경기남부경찰청장, 부산청장, 인천청장, 경찰대학장 등이다. 이 중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 박정보 서울경찰청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두 사람 모두 전남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엔 지방에서 주로 근무했다. 지난 8월부터 경찰청장직무대행을 맡은 유재성 경찰청 차장 역시 후보군에 포함된다. 유 차장과 박 본부장은 모두 1966년생으로, 내년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청장 임기(2년)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퇴임해야 할 수 있어 최종 인선 과정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장서우/류병화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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