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유(換喩)’는 에두르는 표현이다. 전하려는 낱말을 입으로 직접 말하는 대신 가장 가까운 개념을 건네 상대방의 머릿속에 떠오르게 하는 수사다. 건축가 자하 하디드(1950~2016)는 2007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사진) 현상설계 공모에서 자신의 구상을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이라고 이름 붙였다. 은빛 곡선이 흐르는 기울어진 벽, 경계가 사라진 비정형의 건축이었다.처음엔 이해받지 못했다. 500년 도성의 시간, 80년 스포츠 현대사의 시간 위에 난데없이 내려앉은 UFO 같다는 반응은 감탄보다는 조소에 가까웠다. 직선과 축, 기념비적 형태에 익숙했던 시선으로는 이 곡선의 숨은 의미를 읽어내기 어려웠다.
하디드는 개의치 않았다. 이라크 출신 ‘아랍계 여성’인 하디드는 원래가 중심의 바깥에서 세계를 관찰해 온 건축가였다. 서유럽·백인·남성의 시각에서 주로 전개돼 온 보수적인 건축계에 발을 들일 때부터 2004년 여성 최초로 ‘건축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을 때까지 줄곧 외계인 취급을 받아 왔기 때문이다.
하디드는 서울을 과거의 형식이나 전통의 관점으로 설명하려 들지 않았다. 대신 그가 본 것은 끊임없이 겹치고 충돌하며 ‘물 흐르듯’ 나아가는 도시의 속도감이었다. 새벽엔 패션과 디자인 산업의 동선이 교차하고, 해질녘부터는 미디어아트와 축제가 펼쳐지는 동대문의 역동적인 리듬을 디자인 언어로 삼아 서울의 미래를 바라본 것이다.
낯설었던 비정형 건축이 11년이 지나 도시의 일부로 스며든 것은 이제 그 환유가 점차 읽히고 있기 때문이다. DDP의 곡선에선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고, 넓어졌다 좁아지는 서울 성곽이 연상되고, 부감으로 한 눈에 담을 때 커다란 정원 같아 보이는 건물은 자연을 집으로 끌어오는 ‘차경’의 원리가 담긴 한옥의 공간구조 같다. 서울성곽과 한옥은 하디드 설계에 영감을 준 요소다.
디자인 마이애미가 아시아 첫 전시 공간으로 DDP를 선택한 배경을 두고 젠 로버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월 이렇게 밝혔다. “서울은 글로벌 디자인 창작의 거점이자 신진과 거장의 에너지가 교차하는 장소입니다. DDP가 2005년 디자인 마이애미 첫 회에서 ‘올해의 디자이너’로 선정된 자하 하디드의 건축물이라 더 뜻깊습니다.”
유승목 기자
한국경제신문·서울디자인재단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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