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누적 관람객이 지난 11일 600만 명을 넘어섰다. 용산으로 처음 이전한 2005년(134만 명)과 비교하면 관람객 규모가 4배 넘게 늘었다. 유럽 대표 박물관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 기록이다. 연간 600만 명 이상이 찾는 박물관은 루브르박물관(2024년 기준 873만7050명), 바티칸박물관(682만5436명), 대영박물관(647만9952명) 정도다.
관람객이 늘어나면서 유료화 논쟁이 격렬해졌다. “입장료를 받아 세금 투입을 줄이고 전시 수준도 높이자”는 주장과 “보편적인 문화 향유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도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유료화 여부와 시점, 방식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박물관은 2008년부터 무료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재정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이 대관료와 굿즈 판매 등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19억원 선에 불과하다. 반면 박물관 운영을 위해 쓴 예산은 2325억원에 달한다. 올해는 적자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방문객 폭증에 따른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지금과 같은 구조에선 전시품 보존이나 학술 연구, 새로운 콘셉트의 전시 기획 등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 주요국의 대형 박물관들이 1만~3만원 안팎의 입장료를 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들에게 더 비싼 요금을 물리는 곳도 있다.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내년부터 비EU 관람객 입장료를 22유로에서 32유로로 올리기로 했다.
유료화는 박물관의 수준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SNS용 사진 촬영 목적의 방문객이 진지한 관람층으로 대체되는 만큼 전문적이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 우리도 ‘문화복지=무료’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지속할 수 있는 문화 소비구조를 만들 때가 됐다.
입장료 수익이 국립중앙박물관 경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올해 박물관을 찾은 600만 명에게 할인 없이 1만원씩 받는다고 가정한 입장료 매출은 600억원이다. 2325억원에 달하는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예산의 4분의 1 수준이다. 입장료를 받는다고 해도 획기적인 시설 개선은 어렵다는 얘기다. 유료화로 입장객이 줄어들어 인근 상권 매출이 하락하는 등의 영향까지 고려하면 실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인한 착시가 없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이 콘텐츠의 인기가 시들해지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이 줄어들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같은 유명 전시물을 다수 갖추고 있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처럼 매년 꾸준히 관람객이 들어올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영국 대영박물관은 상설 전시가 무료다. 부족한 예산은 기부금을 통해 조달한다. 문화재를 전 국민이 똑같이 누린다는 사회적 가치를 지키면서 전시의 수준도 높이겠다는 취지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입장료를 받기에 앞서, 유료 특별전시와 기부금 유치 등의 조치를 먼저 취하는 게 정석이다. 유료화 논의는 그 후에 이뤄져도 늦지 않다.
유료화 논의는 수입 확대가 아닌 문화 주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국민 의견 수렴과 사회적 검증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다. 사전 예약제 등 고객 관리 통합시스템을 먼저 도입해 박물관 이용객에 대한 기초자료를 축적하는 작업도 필수다.
관람객이 자발적으로 ‘문화 동참 기부금’을 내는 시스템을 갖추고, 청소년 등에겐 무료 관람의 기회를 주는 등의 방안 등도 함께 검토해볼 만하다.송형석 논설위원 clic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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