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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내 납입 이유 있나" 재판부 질문에…고려아연 "美정부 측 이사 선임 때문"

입력 2025-12-19 16:33   수정 2025-12-19 17:38

이 기사는 12월 19일 16:3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고려아연은 19일 영풍·MBK파트너스가 반발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납입을 연내 마치려는 이유에 대해 "내년 정기주총에서 미국 정부 측 이사 선임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전쟁부(국방부)가 일부 출자에 참여한 미국 합작법인(JV)은 고려아연 신주 10.6%를 인수하며 2026년과 2027년 이사 1명씩을 지명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이 같은 답변에 사실상 최윤범 회장과 미 전쟁부 간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이 있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고려아연은 미국 측이 독립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며 관련해 그 어떤 주주간 계약도 없다고 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날 영풍·MBK 연합이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 사건 심문기일을 열었다. 영풍·MBK 측 대리인으로는 법무법인 태평양·세종·서이헌과 홍승면 전 부장판사가, 고려아연 측 대리인으로는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인 고창현 변호사 등이 나섰다. 양측이 대형 로펌들로 대리인단을 구성하면서 이날 심문기일에 출석한 변호사만 30명이 넘었다.

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채무자인 고려아연 측에 신주대금 납입일이 26일이어야 하는 이유를 물었다. 미국 측이 신속하게 고려아연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려는 것은 이해되지만, 일주일 뒤인 내년 1월 초에 납입을 마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냐는 것이다.

이를 놓고 양측은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였다. 고려아연 측은 재판부의 질문에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미국 측이 고려아연 이사를 선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에 영풍·MBK 측은 "신주인수계약에 따라 내년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이) 미국 측 이사 1명을 선임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실상 고려아연과 미국 정부 간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고려아연 측은 "선임해주는 것이 아니라 이사를 추천하면 안건으로 상정해주는 것이고 의결권 약정 관련 주주간계약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영풍·MBK 측은 "내년 정기주총에서 이사 6명을 뽑아야 하는데 10.6%만 갖고 이사 선임은 불가능하다"며 다시 한번 고려아연 측을 공격했고, 재판부도 "산수의 문제"라고 거들었다. 고 변호사는 "다른 대주주들은 이사 여러 명을 선임하기 위해 표를 분산해 투표할 수밖에 없고, 미국 정부는 몰아서 1명에게만 투표하게 되기 때문에 그러면 6등은 하지 않겠나. 그러니까 충분히 선임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대리인들은 이번 신주 발행은 경영상 필요가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 정부가 고려아연 주식 투자를 요구한 것은 전략적 제휴 및 합작 사업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경영에 참여해 그 의사결정을 감시할 권한을 가질 필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풍·MBK 측은 미국 측이 고려아연 지분 투자를 요청한 증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영풍·MBK 대리인은 "미국이 지분을 요구했다는 증거로 채무자(고려아연)가 서면에서 제시한 증거는 최근 언론 보도뿐"이라며 "어떤 경위로 그런 요청이 들어왔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정황상 최윤범 회장이 먼저 요청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판부도 비슷한 문제를 지적했다. 주심판사는 고려아연 측에 "미국 정부가 채무자(고려아연)의 주식을 인수할 필요가 있고 모회사 의결권 제공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서면으로 제출돼 있는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가 제출됐나"라고 심문했다. 이에 고 변호사는 "미국 정부 차관보 쪽에서 보낸 서면에 기재되어 있는 내용"이라며 "(미국 측에서) 보내온 텀싯(투자 조건을 요약해 정리한 문서) 같은 게 있다. 제출이 안 됐는데 정리해서 가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오는 21일까지 서면 자료를 받고 유상증자 납입일인 26일 전까지 결정을 내기로 했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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