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앰뷸런스, 캠핑카, 학원차 등으로 1980년대에도 용도에 맞게 변신하는 '다재다능'한 국산차가 있었다. 지금 관점으로 보면 목적기반차량(PBV)의 원조 급으로 볼 수 있는 이 차량은 바로 기아 산업의 봉고였다. 당시부터 승합차로 많이 사용되면서 지금까지도 승합차의 대명사가 됐다.
최근 온라인에서 누리꾼들 사이에 자주 비교되며 언급되는 차가 기아 PV5다. 직사각형 박스 모양도 비슷한 데다, 봉고의 다목적이라는 본질적 기능을 살렸기 때문이다. PV5는 봉고 시절에서 약 40여년이 세월이 지나 전 세계의 호평을 이끈 헤리티지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봉고 코치는 1981년 출시된 승합차다. 네모 모양으로 사람과 짐을 모두 실을 수 있는 승합차였다. 당시 광고는 봉고에 대해 "천의 얼굴 봉고", "2대가 못했던 일을 봉고 혼자서 한다", "봉고의 용도가 다양하다"라는 문구로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다용도로 쓰였다는 얘기다.
이러한 봉고는 1982년 1만3091대가 팔리면서 히트를 쳤다. 소득이 점차 늘면서 야외 활동 수요가 커지자 봉고 판매량이 날개를 달았다. 이러한 흐름을 이어받아 병원, 소방기관, 앰뷸런스 등의 용도로 라인업도 확대했다. 학교, 병원, 교회, 유치원, 소상공인도 봉고를 찾으면서 출시 3년 만에 판매량 10만대를 넘겼다. 1990년대 한 언론사 발표에서는 '서태지 앨범', '박카스'와 동급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히트 상품으로 꼽혔을 정도다.

지금의 PV5와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다. 목적에 따라 다양하게 차량이 변화한다는 점이 그렇다. PV5는 '모듈러 시스템'(이지스왑)이라는 현대적 기술을 사용해 배송 차량부터 캠핑카, 택시 등 원하는 목적에 따라 다양한 부품을 탈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짐을 싣기 좋은 직사각형의 네모 박스 모양도 똑 닮았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지난 5일 기아 80년 사사 편찬 기자간담회에서 "기아가 미래 상품으로 개발하는 PBV를 보면, 옛날 기아의 구세주였던 봉고가 자꾸 떠오른다"라며 "따지고 보면 PBV의 원조는 봉고"라고 말했다.

다소 '촌스럽다'고 여겨졌던 봉고의 직사각형 모양을 계승한 PV5는 해외 디자인상도 휩쓸었다. 세계 3대 디자인 상인 '레드 닷 어워드'와 '2025 iF 디자인 어워드' 제품 디자인 및 프로페셔널 콘셉트 부문을 수상했다.

여기에 2026 왓 밴 어워즈의 '올해의 밴', '올해의 콤팩트 밴'으로 전기 경상용차 리뷰 중 유일하게 10점 만점을 받으며 상을 받았다. 24년 역사상 한국 브랜드 최초, 아시아 전기 경상용차 최초로 2026 세계 올해의 밴도 수상했다. 한국 자동차를 "바퀴 달린 냉장고"라고 조롱했던 영국 톱기어도 PV5를 '올해의 패밀리카'로 선정하며 우수성을 높이 평가했다.
이러한 기세를 이어 기아는 화성에 연 25만대 생산 규모를 갖춘 PBV 전용 공장 '이보 플랜트'를 본격 가동한다. 중형 PBV PV5를 뒤를 이어 장애인 이동 차량(WAV), 대형 PBV PV7 등을 연이어 생산하며 본격 PBV 생산에 집중할 방침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