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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여파로 두 달 만에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둔화’ 수준을 나타냈다. 미 노동통계국(BLS)은 1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유권자들의 물가 불만에 시달렸던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반색했지만, 시장에서는 해당 지표가 한 달 가격 전체를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왜곡됐을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을 내놨다.
○블프 효과에 왜곡된 지표
이날 발표된 11월 CPI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1% 상승)를 하회했다. 직전 발표치(9월·3.0%)보다도 상승 폭이 줄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2021년 4월(3.0%) 이후 가장 낮았다. CPI와 마찬가지로 시장 예상치(3.0%)를 하회했고 9월보다도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몇 달간 지속된 고질적인 물가 압박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지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당초 지난 10일 발표 예정이었던 10월 CPI는 관련 예산 편성 중단으로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져 발표가 취소됐다. BLS가 월간 CPI 수치를 발표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BLS는 “10월 CPI 중 일부 지수는 비 설문 데이터를 활용해 산출됐고 11월 CPI 조사는 11월 14일부터 재개됐다”고 밝혔다.
월가는 이 지점을 경계했다. 부실한 10월 데이터를 근거로 산출된 11월 CPI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일부 경제학자들은 이번 보고서를 구멍이 뚫린 ‘스위스 치즈’에 빗대며 수치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했다. 웰스파고 역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했다. 그레고리 다코 EY-파르테논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단순히 잡음 많고 공백 가득한 수준을 넘어 인플레이션에 대해 하향 편향된 시각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특히 CPI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주거비는 전년 동월 대비 3.0%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4년 만의 최저치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확한 10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BLS는 해당월 주거비 구성 항목 일부 상승률을 0%로 책정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BLS의 가격 조사 재개 시점이 11월 중순 이후였다는 점도 통계를 왜곡했을 가능성이 높다. 미국 최대 세일 시즌 블랙프라이데이(11월 28일)와 겹쳐 할인된 상품 가격이 반영됐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 “ 트럼프가 인플레 해결”
시장의 의구심에도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물가 문제를 해결했다고 자평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어젯밤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말한 것처럼 인플레이션은 계속 하락하고 임금은 계속 오르며, 미국은 역사적 경제 호황을 향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발표된 보고서는 인플레이션이 시장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타났음을 보여준다”며 “조 바이든이 초래한 사상 최고치인 9%의 인플레이션 위기와는 극명한 대비”라고 강조했다.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하락을 의식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PBS와 NPR,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17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36%에 그쳤다. 트럼프 집권 1·2기 통틀어 최저치다. 지난달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한 것도 생활비 부담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해석이 많다. 내년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물가 문제를 해결했다는 성과를 부각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1월 CPI가 통계적 오류인지 물가 둔화의 시작인지 확인하려면 12월 CPI 발표까지 기다려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CPI 발표 이후 통화 완화 정책에 대한 기대는 소폭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 툴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내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갈 확률을 45.9%로 반영했다. 일주일 전(41.4%)보다 인하 기대가 높아졌다.
한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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