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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1회에 1억 주문"…도예 공방의 한계를 깬 '무자기'의 비결

입력 2025-12-22 09:00  

우아한 백자 접시가 홈쇼핑 생방송 화면을 채우자마자 주문 전화가 폭주했다. “도자기를 TV 홈쇼핑에서 판다고?”라는 우려가 무색하게, 단 1회 방송 만에 매출 1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의 예상을 뒤집었다.

도예 브랜드 ‘무자기(대표 심보근)’의 행보는 전통 공예 업계의 통념을 완전히 벗어난다. 공예품은 소량 제작해 갤러리나 편집숍에서 판매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현대홈쇼핑과 마켓컬리 라이브 등 대중 유통 채널로 무대를 넓혔다. 그 결과, 전년 대비 30% 증가한 30개 유통 채널을 확보했고, 매출 32억 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도예 브랜드가 ‘시스템’을 갖춘 기업으로…기술과 정책이 만든 도약

수공예 도자기가 홈쇼핑이라는 대량 유통 채널을 소화하는 일은 쉽지 않다. 무자기가 이 같은 체급을 갖추게 된 배경에는 기술 혁신과 정부의 단계별 지원이 있었다.

무자기는 전통적인 도자 제작 방식에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혁신을 꾀했다. 3D 프린팅을 활용해 정교하고 현대적인 디자인을 구현하고, 실제 제작 공정에서는 불순물을 걸러낸 고순도 백자 소지를 사용해 장인의 손길로 완성도를 높였다. 첨단 기술로 디자인의 한계를 넘고, 전통 방식으로 깊이를 더해 ‘대량 생산’과 ‘장인 정신’을 동시에 구현한 것이다. 전통 공예가 기술과 결합해 산업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러한 시스템 전환의 배경에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최휘영)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원장 장동광, 이하 공진원)이 추진하는 ‘오늘전통창업’ 사업이 있다. 해당 사업은 전통문화 분야 유망 창업기업을 발굴해 최대 1억 원의 사업화 자금과 전문 보육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무자기는 창업 3~7년 차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도약기업’ 부문에 선정돼 지난 2년간 본격적인 스케일업을 진행했다.

심보근 무자기 대표는 “데스밸리 구간에서 지원 사업은 신제품을 공격적으로 생산해 볼 수 있는 결정적 기회였다”라며 “연간 10종 이상의 신제품을 과감하게 개발하는 한편, 기존 그릇 라인을 넘어 프레그런스(향) 제품까지 시장을 확장하며 비즈니스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대량 주문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브랜드 경험 확장…카페 무원과 글로벌 협업 러브콜

무자기는 제품 생산을 넘어 브랜드 경험 확장에도 나섰다. 도자기와 카페를 결합한 복합문화공간 ‘카페 무원(MUWON)’을 역삼과 서울역에 오픈하며, 소비자들이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브랜드의 미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무자기식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고도화된 브랜딩 전략이다.

체계적인 양산 능력과 브랜드 관리 역량이 입증되면서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도 이어졌다. 스타벅스, 아모레퍼시픽, 미쉐린 등이 협업 파트너로 무자기를 선택하며 브랜드의 가치와 콘셉트를 그릇에 담아내는 기획력을 인정받았다.

회사는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2년 연속 ‘오늘전통창업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으며, 지난해 ‘공진원 원장상’, 올해 ‘창업기획자 대표상’을 각각 수상했다. 또한 창업기획자인 엔피프틴파트너스로부터 투자도 유치했다.

“무자기(無作?)한 마음으로 세계 식탁 위에”

'일부러 꾸미거나 뜻을 더하지 않는다'는 브랜드명처럼, 이들은 화려한 겉모습보다 쓰임새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내실을 다져가고 있다. 해외 매출 역시 올해 전년 대비 20% 성장하며 글로벌 시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심 대표는 “매출이나 거래처 수 같은 숫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겠다’는 내부의 기준과 확신이 생긴 점”이라며 “앞으로도 무자기다운 물건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도 공예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개척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협조로 진행됐습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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