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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환율 대책 필요하지만 기업·증권사 압박 지나치다

입력 2025-12-19 17:30   수정 2025-12-20 00:19

정부가 국내 외화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외환건전성 제도 탄력적 조정 방안’을 그제 내놨지만 약발은 미미했다. 어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상승세를 유지하다가 장 막판 시장 개입성 달러 매물이 나오며 전날보다 2원 하락하는 데 그쳤다. 정부가 ‘달러 공급’ 총력전에 나선 모습이지만 기업과 증권사를 압박해 달러 유출입을 통제하려는 데 대해선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정부는 은행의 외환 규제를 완화하고 외국인 투자 문턱을 낮추는 등 달러 공급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여기까지는 납득이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요 7개 대기업 임원을 호출해 환율 대응 긴급 간담회를 연 건 기업에 달러 환전을 압박하려고 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사실상의 ‘관치’이자 기업의 정당한 자금 운용에 대한 개입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들 기업은 수백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앞두고 있어 자체 투자 일정에 따라 달러도 필요한 상황이다. “기업에 달러를 내놓으라니 정부가 무슨 조폭이냐”는 야당 원내대표의 지적도 아주 틀린 말이 아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사의 해외 주식 영업을 질타하며 ‘현장 검사’와 ‘영업 중단’까지 언급한 것 역시 지나치다. 증권사들은 일제히 관련 광고와 마케팅을 중단하기로 했지만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증권사 검사에 나선 꼴이다. 개인투자자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근본 원인은 국내 증시의 투자 매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의 서학개미 마케팅을 막는다고 해서 환율이 떨어질 리 만무하다. 그런다고 환율이 잡힌다면 세상에 외환위기를 겪을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환율은 한 나라의 경제 펀더멘털과 신인도를 반영하는 거울이다. 그만큼 저성장 고착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방증이며 이로 인해 달러 수급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11월까지 약 90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지만 해외 직간접 투자로 1500억달러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효과 없는 억지 대책에 매달리기보다 고환율 원인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그에 맞는 지속 가능한 전략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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