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세 종류의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가 바로 그것이다.” 통계를 희화화할 때면 늘 언급되는 이 말은 왜곡이 그만큼 많이, 쉽게 이뤄진다는 의미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이 자신의 책에 영국 총리를 지낸 벤저민 디즈레일리가 한 말이라며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일반적으로 미국에서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고용지표를 가장 중요한 통계로 꼽는다. 모두 노동부 노동통계국(BLS)에서 데이터 측정과 발표를 담당한다. 특히 CPI로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대통령과 행정부의 정책 성패를 가늠하는 척도로까지 여겨진다. 임금부터 연금과 사회보장급여, 심지어 이혼합의금 산출 등 정부와 개인의 수많은 계약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유독 부동산 통계에 민감하다. 국가 경제 전체로는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실업률 등이 훨씬 중요한데도 집값에 대한 국민 관심이 워낙 크다 보니 모든 정부가 부동산 통계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정부가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통계를 조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에서 전년 동월 대비 2.7% 오른 것으로 발표된 11월 CPI를 두고 거센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 추정치(3.1%)는 물론 9월(3.0%)보다도 낮은 CPI가 발표되자 백악관은 곧장 반색했지만, 시장에서는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율 관세 부과로 급등한 소비자물가 추이와는 괴리가 큰 통계라는 것이다. 지난달까지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 탓에 일부 데이터 수집이 안 된 것을 빗대 ‘구멍 숭숭 뚫린 스위스 치즈 같은 지표’라는 반응도 나왔다. 의심쩍기는 하지만 현재로선 통계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입김이 작용했는지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통계는 정책 효과를 측정하는 데 사용되는 만큼 기본적으로 정치적 의미를 띨 수밖에 없다. 하지만 거짓 통계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경제주체들의 선택과 판단, 미래 행동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가히 악질적이고 범죄적이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
김수언 논설위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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