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현실적으로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상실했다. 남북 간 다자 교류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재 완화를 협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엔 (남북이) 원수인 척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된 것 같다”며 “선제적·주도적으로 남북 간 적대가 완화되도록, 신뢰가 싹트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통일부 역할”이라며 통일부에 힘을 실어줬다. 일각에선 북핵 문제 등 국제 공조와 우방국 외교 관계 손상 등 우려도 제기된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 등은 이어진 비공개 보고에서 정부의 5·24 조치 해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24 조치는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해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독자 제재다.
정 장관은 이날 중국 ‘일대일로’에 편승해 서울~베이징 고속철도를 건설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북한이 지난 7월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관광 구상도 소개했다. 우선 일본·유럽 국적 동포의 관광을 유치하고, 2단계로 중국인 등이 한국을 통해 이곳에 왕래할 수 있도록 한 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의 관광을 허용한다는 구상이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를 우회해 북한을 지원할 방법도 제시했다. 북한이 광물과 희토류 등을 수출하면 그 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넣은 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민생·보건 등 인도 협력 물자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 정부가) 불필요하게 ‘강 대 강’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정말로 증오하게 된 것 같다”며 “이것을 바꿔내야 하며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휴전선에 방벽을 세우는 등 조치를 한 데 대해 “현실을 보면 북한은 혹시 남측이 북침하지 않을지 걱정해 3중 철책을 치고, 탱크라도 넘어오지 않을까 해서 방벽을 쌓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통일부에서 보고한 것이 구체적으로 지금 이재명 정부의 외교정책 경로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통일부의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대북 정책 주도권을 놓고 외교부와 통일부가 보인 이견에 대해 “각 부처가 고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대외 외교 정책을 선택할 때 공간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고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간 해묵은 알력이 표면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이를 ‘건강한 의견 차이’로 규정하며 중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논의하는 ‘안보관계장관회의’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현일/한재영/배성수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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