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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북제재 완화 예고…"현실적으로 실효성 상실"

입력 2025-12-19 17:42   수정 2025-12-20 00:59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9일 “현실적으로 대북 제재는 실효성을 상실했다. 남북 간 다자 교류 협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재 완화를 협의하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과거엔 (남북이) 원수인 척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진짜 원수가 된 것 같다”며 “선제적·주도적으로 남북 간 적대가 완화되도록, 신뢰가 싹트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통일부 역할”이라며 통일부에 힘을 실어줬다. 일각에선 북핵 문제 등 국제 공조와 우방국 외교 관계 손상 등 우려도 제기된다.
◇“남북 협력 창의적 접근”
정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외교부·통일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앞으로 한반도 문제 당사자로서 주도적 역할을 강화하겠다”며 남북 교류 협력을 위해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대북 제재를 가장 적대적 조치로 인식한다”며 “북한 입장을 역지사지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한반도 평화 보따리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과 정 장관 등은 이어진 비공개 보고에서 정부의 5·24 조치 해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5·24 조치는 해군 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응해 이명박 정부가 시행한 독자 제재다.

정 장관은 이날 중국 ‘일대일로’에 편승해 서울~베이징 고속철도를 건설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북한이 지난 7월 개장한 원산갈마 해안관광지구 관광 구상도 소개했다. 우선 일본·유럽 국적 동포의 관광을 유치하고, 2단계로 중국인 등이 한국을 통해 이곳에 왕래할 수 있도록 한 뒤 마지막으로 우리 국민의 관광을 허용한다는 구상이다.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를 우회해 북한을 지원할 방법도 제시했다. 북한이 광물과 희토류 등을 수출하면 그 대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넣은 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민생·보건 등 인도 협력 물자를 수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전 정부가) 불필요하게 ‘강 대 강’ 정책을 취하는 바람에 정말로 증오하게 된 것 같다”며 “이것을 바꿔내야 하며 통일부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휴전선에 방벽을 세우는 등 조치를 한 데 대해 “현실을 보면 북한은 혹시 남측이 북침하지 않을지 걱정해 3중 철책을 치고, 탱크라도 넘어오지 않을까 해서 방벽을 쌓고 있다고 한다”고 했다.
◇우방국과 외교적 마찰 가능성
일각에선 정부가 제재 완화를 본격 추진할 경우 우방국과 외교적 마찰이 빚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대북 송금, 투자 금지 등 정부 단독 제재의 상당 부분이 2016∼2017년 북한의 연쇄 핵실험·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내린 대북 제재는 물론 미국의 독자 제재와도 중첩되기 때문이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는 “북한 비핵화 원칙을 일관되게 고수해온 미국은 물론 북한을 군사적 위협으로 여기는 일본이 제재 완화에 강력히 반대할 것”이라며 “중견 국가로서 규범 중심 국제 질서를 옹호하겠다고 공언한 한국이 대북 제재 완화를 추진하면 국제사회에 혼란스러운 신호를 보내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통일부가 제시한 이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외교적 노력을 다하겠다”면서도 “통일부에서 보고한 것이 구체적으로 지금 이재명 정부의 외교정책 경로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외교부·통일부의 비공개 업무보고에서 대북 정책 주도권을 놓고 외교부와 통일부가 보인 이견에 대해 “각 부처가 고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대외 외교 정책을 선택할 때 공간을 넓히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고 김남준 대통령실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른바 ‘자주파’와 ‘동맹파’ 간 해묵은 알력이 표면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 대통령이 이를 ‘건강한 의견 차이’로 규정하며 중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 논의하는 ‘안보관계장관회의’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이현일/한재영/배성수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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