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국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똑같은 집단이 소위 ‘이너서클’을 만들어 돌아가면서 계속 해 먹는다”고 질타했다.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금융당국이 즉각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검사·감독 등의 제재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관치 금융’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통령은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업무보고에서 “소위 관치금융 문제 때문에 정부가 직접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안 했는데, 가만 놔두니 부패한 이너서클이 생겨 자기 멋대로 소수가 돌아가면서 계속 지배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그냥 방치할 일이 아니다”는 말도 보탰다.
이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비판하고 나선 것은 최근 금융지주 회장과 행장 선임 과정에서 대통령은 물론 비서실장, 정책실장 등 핵심 참모에게 투서가 쏟아져서다. 이 대통령은 “누구는 나쁜 사람이고, 선발 절차에도 문제가 있다는 등의 투서가 엄청나게 쏟아진다”며 “그 주장들이 단순한 경쟁 관계에서 발생하는 음해가 아니고, 상당히 타당성 있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업무보고에 배석한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김용범 정책실장에게 “투서 안 들어오느냐”고 묻기도 했다. 두 실장은 “관련 투서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특사경 수사 권한 부여 두고 금융위-금감원 수장 '신경전'
이찬진 금감원장은 “근본적으로 이사회의 기능과 독립성이 크게 미흡해 벌어지는 일”이라며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해 금융위와 함께 협의해 입법 개선 과제를 내년 1월까지 도출한 뒤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금융지주의 자회사인 은행 등은 업권별로 법에서 규정한 규제 장치가 있지만 금융지주는 관련 규제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한 금융지주 고위 임원은 “이사회 구성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지만 금융지주 전체가 이너서클에서 참호를 구축하고 있다는 비판은 과도하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날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금감원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 권한을 두고 이례적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민간인 신분인 금감원 직원에게 인지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금융위와 주가조작 근절, 민생 범죄 대처 등을 위해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금감원의 의견이 엇갈리면서다.
이 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현재 금감원의 특사경 권한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국한돼 있고, 조사 단계에서 강제 조사권이나 범죄 인지 권한이 없다”며 “훈령으로 제한돼 있어 담당할 수 있는 업무 영역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실질적인 조사·수사 권한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인 셈이다.
금융위는 이에 대해 “민간인 신분인 금감원에 광범위한 수사권을 주게 되면 국민의 법 감정 무시 및 오남용 소지가 있기 때문에 일정한 통제를 둬야 한다는 게 당초 취지”라고 반박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저희도 청을 드리면 자본시장을 조사하는 게 2개 과밖에 없다”며 “자본시장총괄과, 자본시장조사과를 국으로 만들어준다면 더 적극적으로 해보도록 하겠다”고 맞받았다. 이 대통령은 특사경 권한이 필요한 범위, 범죄 인지 권한을 부여할 필요성 등 쟁점을 정리해 국무총리실을 통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박재원/김형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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