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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자사주(자기주식)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자사주는 기업의 든든한 '비상금'이자, 적대적 인수합병(M&A) 등 외부 공격으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는 강력한 '방패'였다.
그러나 이제 자사주는 조속히 처리해야 할 과제가 되고 있다. 자사주를 둘러싼 입법 환경이 자사주 '보유'에서 '소각'으로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 소각, 예외적 보유'
변화의 진원지는 국회다. 최근 논의 중인 제3차 상법 개정안, 특히 지난 11월 25일 오기형 의원이 대표 발의한 법안은 자사주에 대해 '원칙적 소각, 예외적 보유'를 명시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은 자사주를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소각해야 한다. 다만, 국회는 제도의 급격한 도입에 따른 혼선을 완화하기 위해 6개월의 시행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도 함께 논의 중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주주총회의 승인을 받거나, 신기술 도입 및 재무구조 개선 등 경영상 목적을 위해 주총 특별결의를 거친 경우에는 자사주 보유가 허용된다.
주목할 점은 이 규제가 상장회사뿐 아니라 벤처기업 등 비상장회사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상장회사와 비상장회사 모두 더 이상 자사주를 '창고'에 쌓아두고 경영진이 필요할 때마다 활용하는 관행은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백기사 확보와 EB 차단
그동안 기업들은 자사주 소각 압박에 대응해 계열사나 제3자에게 자사주를 넘겨 우호 지분, 이른바 '백기사'를 확보해왔다. 또 자사주 교환사채(EB)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다만 위 방식 역시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사주 활용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라는 비판이 커지자, 금융당국도 신속히 규제 강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20일부터 자사주 교환 EB 발행에 대한 공시 의무를 대폭 강화했다. 기업은 다른 자금 조달 수단 대신 자사주 교환 EB를 선택한 이유, 기존 주주 이익에 미치는 영향, 재매각 대상 등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사실상 자사주를 활용한 편법적 자금 조달이나 지배력 강화 시도를 차단한 셈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3차 상법 개정안 역시 자사주 EB 발행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다.
합법적이고 실용적인 대안, RSU
자사주 소각이 원칙이 된 상황에서, 그나마 합법적이고 실용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시행되거나 논의되는게 '임직원 주식 보상'이다. 특히 기존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의 대안으로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 즉, RSU(Restricted Stock Units)와 RSA(Restricted Stock Awards)가 주목받고 있다.
RSU는 임직원이 일정 기간 근속하거나 약속된 성과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RSA는 주식을 먼저 지급하되, 추후 조건을 충족할 때까지 양도를 제한하거나 일정한 조건에 따라 회사가 이를 다시 회수하는 방식이다.
양도제한 조건부 주식은 현재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성과조건부 주식'이라는 명칭으로 벤처기업 특례가 도입돼 있다. 일반 기업의 경우 상법상 명시적인 규정은 없으나, 회사와 임직원 간의 사적 계약으로 성과보수 중 주식보상의 형태로 다수의 상장사 및 비상장사가 이미 도입해 운용 중이다.

임직원 입장에서 RSU는 스톡옵션보다 매력적이다. 첫째, 보상의 '확실성'이다. 스톡옵션은 주가가 행사가격을 상회해야만 경제적 이익이 발생하고, 시장 침체기에는 사실상 무의미한 보상이 될 가능성도 크다. 반면 RSU는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주식 자체를 지급받기 때문에 최소한의 가치는 보전된다.
둘째, 구조가 직관적이고 경제적이다. 스톡옵션은 행사 시 일정한 현금 납입이 필요할 수있고 세무 처리도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RSU는 조건만 충족하면 주식이 확정적으로 귀속된다. 기업 입장에서도 자사주를 활용해서 현금 유출 없이 우수 인재를 유인하고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다.
주주 환원과 인재 확보의 교집합
물론 RSU 역시 과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영진 보상에만 치우치거나, 과도한 물량이 지급될 경우 주주 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성과 기준이나 지급 조건이 느슨할 경우, 자사주 소각을 통한 주주 환원이라는 시대적 요구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주를 둘러싼 환경이 '방어와 보유'에서 '소각과 환원'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흐름은 돌이킬 수 없다. 이 변화 속에서 RSU는 자사주를 단순히 소각하는 대신 임직원에게 경제적 동기를 부여해 기업의 미래 성장을 도모하고, 결과적으로 주주 이익을 증대시키는 '교집합'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사주에 대한 투명한 관리와 효율적인 활용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RSU가 단순한 보상 제도를 넘어 새로운 경영 전략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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