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두 수장이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례적으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해묵은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인지수사 권한 등 업무 권한 확대와 인력 증원을 놓고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의 수장은 이끄는 조직을 위해 앞다퉈 목소리를 냈습니다.앞서 지난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 등 업무보고에서는 보기 드문 금융당국 수장 간 신경전이 연출됐습니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이재명 대통령 앞에서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이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자, 반대 입장을 내비쳐 온 금융위의 이억원 위원장이 즉각 제동을 건 겁니다.
20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 대통령에 보고한 업무보고 자료에서 '자본시장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를 내년 중점 추진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습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특사경 인지수사권 부여 등에 대해 금융위와 협의를 추진해 금융사 임직원·전문가 등의 불공정거래를 엄단하고, 국민 관심 사안에 대한 조사·검사·회계·특사경 기능을 활용해 총력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금감원 특사경은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조사 업무를 하고 있지만 범죄 인지수사권이 없습니다. 아울러 조사부서도 금융위원회, 검찰과 달리 현장조사나 압수수색 등 강제조사 권한이 없고 자금추적·자료분석·문답 등 임의조사만 가능합니다. 이 때문인지 인지수사권·강제수사권 모두 금감원의 숙원이었습니다.
해당 내용이 보고된 만큼 대통령도 이를 직접 거론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 원장에게 "금감원이 본업인 감독 업무를 수행하려면 조사를 해야 하고 정보 수집해야 할 텐데, 특사경 규모를 더 늘려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원장은 "(그렇게 되면) 금감원에는 굉장히 도움 될 것 같다. 하지만 현재 특사경 업무는 극히 일부에만 제한된 상태"라며 "현재 우리 특사경 권한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만 국한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사경에 자체적으로 사건을 인지한 뒤 수사에 나설 수 있는 인지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덧붙여 이 원장은 "주가조작 합동대응단에 국을 통째로 보내 인력이 부족하다"며 "(특사경은 금융위와 금감원이 조사한 내용을 받아서 수사하기 때문에) 특사경만 늘릴 게 아니라, 일반 조사 인력 증원이 동반돼야 한다"고도 건의했습니다.
그러자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공권력 남용' 우려가 있다면서 급히 설명에 나섰습니다. 애초에 특사경에 인지수사권을 부여하지 않았던 이유를 해설한 것인데요.
발언을 이어받은 박민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민간인 신분에 광범위한 수사권을 주게 되면 국민 법 감정이나 오남용 소지가 있으니 일정한 통제를 둬야 한다는 것이 당초 취지였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공무원 조직이 아니라 민간 조직이기 때문에 인지권을 주지 못했던 거란 얘깁니다.
이 같은 금융위의 설명에 이 원장은 곧바로 "신설될 부동산감독원(가칭)의 특사경에도 인지수사권이 부여되는 것으로 안다"고 응수하며 신경전이 오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 원장에 "금감원 특사경에 인지 권한이 없다고 하는데, 그게 없으면 수사를 못 하고 내사밖에 못 하니(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라며 "금감원 내 어떤 업무에 특사경을 추가할 필요가 있는지, 어느 규모로 필요한지 등 정리해서 총리실에 보내달라"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의 인지수사권은 이 원장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강하게 호소하며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이달 1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인지수사권이 없어서 2주 넘게 지연되고 그사이 증거가 인멸되는 걸 봤다. 이런 특사경은 처음 봤다"며 지적했습니다.

업무보고가 끝난 후 금융위와 금감원 복도는 '인지권'을 두고 술렁였습니다.
금감원 조사국을 거친 한 직원은 "금감원에 인지권이 주어진다면 불공정거래 적발 속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며 "이 사안이 화두가 될 때마다 금융위는 '공권력 남용' 논리를 전가의 보도처럼 활용한다"고 토로했습니다. 이어 "금감원은 사실상 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면서 "정부 조직이 아닌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로 남는 건 독립성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부연했습니다.
권한 확대가 필요하다는 금감원의 의견에 대해 금융위 직원들은 우려를 표합니다. 금융위 자본시장국 소속 한 직원은 "인지수사권을 주게 되면 금감원 직원들이 검찰이 되는 격인데, 이런 권력을 민간인 신분에 준다는 건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며 "꼭 인지권이 필요하다면 금감원 내 해당 업무 영역에 놓인 조직만 공무원 신분으로 바꾼다든가, 해당 조직을 이끄는 자리에 금융위 공무원들이 파견 나가는 방식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