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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에너지 전환 가속…재생에너지·전력망 투자 '주목'

입력 2026-01-03 06:01  

[한경ESG] 투자 트렌드

‘꺼져가는 불씨냐, 새로운 전환기냐’. 2026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에 대한 엇갈린 시선이다. 2025년 ESG 투자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ESG 후퇴 정책과 그린워싱 논란, 투자 매력도 하락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렸다. 금리 하락 기대감으로 ESG 채권이 두각을 나타내거나 지지부진하던 탄소배출권이 꿈틀거리면서 움츠렸던 투자 심리가 살아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바라본 ESG 투자 전망은 어떨까.



2026년 韓 트렌드는 G?

2025년 국내 투자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것은 ‘주주환원’이었다. 상법개정안을 비롯해 이재명 정부가 코스피 4000 시대를 위해 각종 정책을 손질한 영향이다. 국내시장에서 주주환원 정책이 급속도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다수다. 실제 지난 11월 27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대주주 30%, 일반주주 25%로 이원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자사주 1년 내 의무 소각’을 담은 3차 상법개정안 역시 급물살을 탔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기업거버넌스 포럼은 배당 성향 산정을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제언하며 실질적 배당 확대를 압박했다”며 “이러한 정책 변화의 배경에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진화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실제 2024년 5월 도입 초기에는 참여 기업의 89%가 배당 지표를 설정했지만, 10월 이후에는 자기자본비용(COE)을 산출한 후 ROE 목표를 설정하는 기업이 증가하며 단순 주주환원에서 자본효율성 제고로 초점이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VIP자산운용은 롯데렌
탈에, 얼라인파트너스는 스틱인베스트먼트에 자사주 소각을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양식품의 자사주 선제 매각이 논란을 일으키며 투명성 이슈도 새롭게 떠올랐다.

김 연구원은 “4년간 국내 행동주의 타깃 기업이 6.6배 증가한 가운데 주주권이 강화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에퀴티 스프레드(Equity Spread, ROE-COE)가 높은 기업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밸류업 시행 6개월 후 에퀴티 스프레드 중심으로 투자전략을 재편했으며, 한국도 유사한 경로를 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 상장기업의 평균 ROE는 5.18%로 미국(17.65%)의 3분의 1 수준이며, 이는 P/B 1.0배(글로벌 평균 3.2배)의 근본 원인이다. 그는 투자자들이 “에퀴티 스프레드가 높은 기업, 수익 사업 부문 구조조정과 고부가가치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 자사주 소각 의무화 시 유동 주식 수 감소로 주당가치가 상승하는 기업, 안정적 현금흐름을 보유한 금융·유틸리티 섹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거스를 수 없는 E

나날이 심화하는 이상기후는 2026년 새해에도 눈여겨봐야 할 투자 포인트다.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이례적인 자연현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서다. 블룸버그는 베트남에서 2025년 한 해 발생한 대형 폭풍과 기록적 홍수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최소 30억 달러(약4조2000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전 세계 자연재해 보험 손실이 1350억 달러로 5년 연속 1000억 달러를 초과했다는 통계도 있다. 보험 손실이 매년 5~7%씩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이 때문에 물리적 리스크가 미래 위험이 아닌 현재의 재무 손실로 반영되는 시대가 됐다.

KB증권에 따르면 글로벌 기관투자자의 기후 적응 투자 우선순위가 6위에서 3위로 급상승했다. 회사 관계자는 “설문에 참여한 대다수가 향후 2년간 적응 투자를 중심으로 지속가능 투자를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는 기후 적응 컨설팅과 파라메트릭 보험을 결합해 연 20% 성장을 달성 중이고, 재해채권 시장은 2025년 7월 기준 유통시장 규모 570억 달러에 달하며, 13~17%의 높은 수익률로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변화하는 기후 환경에 적응하려는 움직임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관련 투자를 모색하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빅테크 투자는 계속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지난 정권에서 이어진 ESG 흐름을 역행하는 각종 움직임을 보였지만, 빅테크 주도 재생에너지 투자는 가속화되고 있다. 재생에너지 관련 규제가 강화되고 있지만, 민간 주도의 청정에너지 투자가 오히려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실제 미국 행정부의 신규 인허가 동결로 미국 태양광·풍력 프로젝트 수백 건이 위협받고 있지만, 빅테크 기업들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해 대규모 재생에너지 투자를 지속하는 상황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2015년에 기업들이 체결한 PPA(전력구매계약)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신규 풍력·태양광용량의 약 5%에 불과했지만, 2023년에는 그 비중이 약 25%까지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S&P 글로벌 역시 아마존,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합산 재생에너지 계약 체결량(누적)이 2022년 25GW에서 2025년 80GW를 상회하면서 3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2월 구글과 메타는 넥스트에라 에너지와 재생에너지, 가스, 원전을 아우르는 대규모 PPA를 체결했다”며 “트럼프 규제가 AI 산업의 병목으로 작용하자 기업들은 정책 의존도를 낮추고 민간 계약을 통해 전력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정책 의존도가 낮고 기업 PPA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개발사와 급증하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에 대응하는 전력망 인프라 및 그리드 기술 기업의 중장기 성장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에너지 전환 시대 온다…유망 투자처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에너지 전환 시대를 맞이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기술 사이클이 이머전스(Emergence, 도입기)를 넘어 디퓨전(Diffusion, 확산기)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 투자는 재생에너지와 저장이 93%를 차지하는 반면, 수소와 CCS(탄소포집·저장) 등 신흥 기술은 7%에 불과해 이중 구조(two-speed)를 보이고 있다”며 “Energy Transition 2.0 시대로 접어들며 전력망은 단기, ESS와 수소는 중장기 성장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가들은 올해 전력망(Grid) 부문이 정책의 핵심부를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자본적 지출(CapEx)과 송전망 확충 프로젝트, HVDC 케이블 확충, 재생에너지 계통 안정화 투자 등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ESS는 2026년 하반기 이후 성장 가속화, 수소 인프라는 2026년부터 기반 구축이 진전돼 2030년쯤 상용화가 예상된다”며 “투자는 섹터 로테이션이 아닌 에너지 전환 밸류체인에 따라 전력망, ESS, 수소 등의 비중을 조정하는 단계별 투자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재원 한국경제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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