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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액티브’의 화려한 부활…송곳 리서치·집중투자로 승부

입력 2026-01-15 10:07   수정 2026-01-15 13:41

[커버스토리] 독립계 자산운용사 대해부-KCGI자산운용



“공모와 액티브는 매우 어려운 조합이다.”

이 말은 KCGI자산운용이 마주한 현실이었다. 공모 액티브 펀드 시장이 다소 정체된 현실에서 이들은 틈새를 파고들었고, 국내 주식 성장 국면에 집중하는 액티브 운용을 선택했다. 쉽지 않은 길이었지만, 결과는 숫자로 증명되고 있다.

지난 11월 17일, KCGI자산운용은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1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최종 위탁운용사 4곳 중 하나로 이름을 올렸다.

목대균 KCGI자산운용 대표는 “특히 ‘장기 성장형’ 유형에 선정돼 펀드의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라며 “연기금 자금을 처음 맡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KCGI자산운용의 운용자산(AUM)은 2023년 출범 당시 2조8000억 원에서 2024년 말 2조6000억 원으로 다소 줄었으나, 2025년 들어 4조3748억 원으로 빠르게 증가했다. 대표 상품인 ‘KCGI 코리아증권1호’ 펀드는 ‘1조 펀드’의 반열에 올랐다.

‘행동주의’ 벗고, ‘수익률’로 말한다

KCGI라는 이름은 ‘행동주의’와 함께 언급된다. 강성부 KCGI 대표가 이끌었던 행동주의 투자 사례가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KCGI자산운용은 행동주의 펀드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운용 전략은 성장주 중심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에 가깝다. “운용사의 본질인 투자 성과, 즉 “운용 결과로 말하는 회사가 지금의 KCGI자산운용“이라는 설명이다.

목 대표는 “KCGI가 회사 지분을 60% 정도 갖고 있지만, 독립된 회사로 운영된다”며 “사모펀드 운용사인 케이글로벌자산운용(현 KCGI대체투자운용)에서 2023년 메리츠자산운용(현 KCGI자산운용)을 인수하며 다시 한번 탈바꿈했다”고 말했다.

강 대표와 목 대표는 서울대 주식 투자 동아리 ‘스믹(SMIC)’ 1기 출신이다. 국내 대표 1세대 해외 펀드 매니저였던 목 대표를 강 대표가 영입하면서 2020년부터 케이글로벌자산운용의 운용을 맡게 됐다.

그러나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라임 사태 이후 사모펀드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일반 사모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현재의 KCGI자산운용 색깔은 몇 차례 전환점을 거쳐 만들어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 운용에서 부동산 대체투자를 강화한 시기도 있었다. 특히 결정적인 전환점이 된 2023년 7월, KCGI의 메리츠자산운용 인수는 업계의 큰 화제가 됐다.

“과거 ‘바이코리아’로 명문 자산운용사 중 하나였던 메리츠자산운용이 성과가 부진해지고, 다시 KCGI자산운용으로 새출발하며 양적·질적 성장을 이뤄내야 하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시장의 반응이 다소 싸늘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같은 해 8월, KCGI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한 뒤 본격적인 체질 개선 작업이 시작됐다. 목 대표는 과거 위기를 극복해본 경험이 있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시절,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토막 난 펀드를 맡아 환골탈태를 성공적으로 주도한 바 있다.

전통적인 액티브 투자 하우스... 지혜와 경험이 차별성

KCGI자산운용 출범 이후 2년 반, 그 사이 많은 게 달라졌다. 부실화된 자산은 상당수 정리하고 인력 규모나 판매 채널, 상품 운영 등에서 대대적인 혁신을 했다. 자산운용사의 핵심 인력인 운용역은 2배가량 늘어났다. 마케팅 부문을 신설하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상품 구조 역시 크게 확장됐다. 과거 ‘롱 온리’ 중심의 국내 주식형 운용에서 벗어나, 지역과 유형을 넓혔다.·주식뿐 아니라 채권, 대체투자까지 포괄하는 상품 라인업을 구축하며 종합자산운용사로서의 외형과 체질을 가속화했다. 목 대표는 “상품의 난이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대표 펀드들의 순자산은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25년 기준 1조 원 이상 공모 펀드가 20여 개에 머무르는 가운데, KCGI자산운용은 KCGI코리아증권1호(1조690억 원), KCGI샐러리맨증권자(4266억 원), KCGI 프리덤TDF 시리즈(3238억 원), KCGI차이나증권(2332억 원), KCGI주니어증권자(1592억 원) 등의 성과를 자랑한다.

KCGI자산운용 경쟁력의 중심에는 액티브 운용이 있다. KCGI자산운용은 패시브와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주류가 된 시장에서, 틈새를 선택했다. 목 대표는 “저희는 전통적인 액티브 투자를 하는 회사”라며 “일부 정량적 시스템과 기계적 요소를 활용하지만 참고 도구일 뿐, 최종 투자 판단은 사람이 내린다”고 말했다. 재무 지표로는 포착되지 않는 리스크와 변수들을 경험과 통찰로 관리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이다.

“실제로 투자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정량화되지 않는 변수, 수치로는 측정되지 않는 위험과 기회를 사람의 판단으로 읽어내는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 저희 운용 방식입니다. 정형화된 모델 중심 운용사, 특히 ETF 비중이 큰 대형 운용사들과의 큰 차이죠. 사람의 지혜와 경험이 곧 차별성입니다.”


‘피킹’으로 완성한 ‘집중 포트폴리오’

투자 스타일 역시 달라졌다. 메리츠자산운용 시절 상대적으로 ‘밸류’에 무게를 뒀다면, 현재의 KCGI자산운용은 ‘성장’으로 중심축을 옮겼다. 밸류를 배제하진 않지만, 기업 가치가 구조적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높은 성장 기업에 더 높은 비중을 둔다.

목 대표는 “2025년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반도체의 성장이 두드러졌고, 기업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저희는 계속 새로운 성장 아이디어를 찾고, 그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액티브 성장’ 전략을 구사한다”고 말했다.

‘책임지는 운용’도 성과의 비결 중 하나다. 목 대표는 “액티브 성장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유는 사람이 최종 판단을 지는 의사결정 시스템에 있다”고 말했다.

“매니저들이 성과에 대한 책임을 지려고 노력합니다. 그만큼 부담과 스트레스도 큽니다. 많이 피곤하고, 이걸 오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간 소수의 성장 기업들이 증시를 견인한 환경에서 시장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응했고, 그 결과 성과도 좋았습니다.”

운용 방식은 더욱 ‘집중’으로 이동했다. 과거 펀드당 50개 안팎이던 종목 수는 현재 20~30개 이하로 줄였다. 20개 종목이면 한 종목당 비중이 5%에 달해, 일반적인 1~2% 분산투자와 비교하면 운용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목 대표는 “워런 버핏도 밸류 스타일의 집중투자가라고 본다”며 “저희는 성장주와 집중투자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섹터를 나눠 형식적으로 분산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기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진정한 위험 관리라는 철학이다. “모르는 종목을 여러 개 담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리스크입니다.”

이 같은 집중투자 뒤에는 깊이 있는 리서치가 있다. “단기 변동에도 비중을 늘릴 수 있는 자신감은 ‘아는 데’서 나옵니다. 어떤 종목을 얼마나 확신을 갖고 보유할 수 있는지가 성과를 좌우합니다,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톱다운 접근을 병행하며, 장기 투자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목 대표는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KCGI는 프라이빗에쿼티(PE)를 병행하는데, PE는 한 종목을 굉장히 오랫동안 보유하는 투자”라며 “그 깊이의 일부가 KCGI자산운용에도 이식돼 있다”고 말했다.

‘기본기’에도 충실하다. 종목 선정을 할 때 크게 세 가지를 본다. 지배구조,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현금흐름이다. 누가 의사결정을 하는지부터,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주가수익비율(ROE)의 구성으로 분석한다. 레버리지보다 수익성과 자산 회전율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가격이 높더라도 마진과 회전율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는, 가격 결정력을 가진 기업을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목 대표는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르다”고 말했다. 아무리 펀더멘털이 뛰어난 기업이라도, 시장에서 재평가되지 않으면 좋은 주식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펀더멘털·모멘텀·밸류에이션을 결합한 선별 모델을 활용해 한 페이지 리포트로 정리하고, 이를 매주 점검한다. 최근에는 매도 전략을 고도화하며, ‘잘 사는 것’을 넘어 ‘잘 파는 것’까지 액티브 운용의 경쟁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공모펀드 비중은 93%, 그중 연금형이 42%

KCGI는 ‘공모펀드 명가’로 통한다. ETF가 대세인 시장에서 공모펀드에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목 대표는 “메리츠자산운용 시절 공모형 구조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고객이 있는 상태에서 포트폴리오 최적화를 구현할 수 있었다”며 “또한 운용사의 가장 큰 수익원은 운용 보수인데, ETF는 수수료 경쟁이 너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성과입니다. 액티브에서 차별적 수익률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존재 의미가 사라지죠. 대형사 대비 자본력과 인력은 제한적이지만, KCGI자산운용은 각자가 자기 이름을 걸고 일하는 전문가 집단을 지향합니다. 그만큼 운용의 밀도와 집중도가 높습니다.”

목 대표는 “ETF가 거래가 빠르고 투명해 보여도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진 않는다”며 “생업을 병행하며 밤마다 시장을 보는 것보다, 믿고 맡기는 방식이 고객에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KCGI자산운용의 공모펀드 비중은 93%에 달한다. 그중 상당수는 연금형(42%)이다. 연금형에서는 개인연금(연금저축) 비중이 61%, 퇴직연금은 38%의 비중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KCGI샐러리맨펀드(3162억), KCGI코리아주식1호 (2031억), KCGI차이나펀드(428억), TDF시리즈( 891억), KCGI TDF시리즈(2020억), K CGI코리아퇴직연금(1455억) 등이 있다.

목 대표는 “연금 상품은 안정형·공격형 포트폴리오를 계량적 시스템으로 관리하며, 전술적·전략적 자산 배분을 주간·월간·연간 단위로 최적화하고 있다”며 “미국과 중국 성장주에 익스포저를 두고, 향후 대체자산과 원자재, 디지털 자산까지 포트폴리오를 확장할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2026년 5조 AUM·ROE 15% 달성 목표

KCGI자산운용이 바라보는 2026년 시장은 어떠한 모습일까. 목 대표는 2026년 시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 재정 정책과 금리 환경, 인공지능(AI) 투자 가속화가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 개선을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는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과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으며, AI와 방산, 헬스케어 등 질적 경쟁력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추천하는 섹터로는 AI 데이터센터 및 하드웨어 인프라, 반도체. 전력·전력기기 분야로, 목 대표는 “이 세 가지 영역이 2026년 시장에서 투자 기회를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 대표는 “장기적으로 채권과 대체자산을 아우르는 규모있고 내실있는 종합자산운용사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장과 더불어 임직원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제공하고, 탄탄한 조직 구조를 만들어 독립계 운용사로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덧붙였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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