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진구에 거주하는 정모군은 올해 고민 끝에 자사고 진학을 포기하고 일반고를 지망했다. 중학교 내신 상위 15% 수준인 상황에서 상위권 학생들이 모여있는 자사고에서는 내신 경쟁 부담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정 군은 "내신 5등급제에서는 2등급만 받아도 서울권 주요 대학 진학이 힘들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말했다.
내년도 자율형사립고 입학 지원자가 올해와 비교해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신 5등급제 전면 시행에 따라 우수한 학생이 몰리는 자사고보다는 상대적으로 성적을 받기 수월한 학교를 선택한 결과로 풀이된다. 일부 학군지 자사고의 경우 커리큘럼이 이과 성향 학생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21일 종로학원에 따르면 내년도 전국 32개 자사고 지원자는 전년 대비 10.1% 감소한 1만2786명으로 집계됐다. 경쟁률 역시 전년 1.36대 1에서 1.22대 1로 낮아졌다. 전국 어디서나 입학할 수 있는 전국자사고(10개교)와 해당 시도 거주자만 받는 지역자사고(22개교) 모두 지원자 수와 경쟁률이 일제히 하락했다.
전국자사고의 지원자는 총 4214명이었고 경쟁률은 1.63대 1이었다. 전국자사고 가운데 경쟁률이 가장 높은 곳은 2.62대 1을 기록한 하나고였다. 전국자사고 '톱 5' 중 지원자가 증가한 학교는 하나고와 민사고 뿐이었다. 상산고 지원자는 올해 대비 25.2% 줄었고 현대청운고는 23.3%, 외대부고는 14.1% 각각 감소했다.
지역자사고 지원자도 전년 대비 10.0% 줄어든 8572명으로 집계됐다. 경쟁률은 1.21대 1에서 1.09대 1로 하락했다. 특히 휘문고, 세화여고, 양정고 등 지역의 명문고들의 경쟁률이 각각 0.50대 1, 0.85대1, 0.86대1로 미달이었다. 특히 중동·단대부고와 함께 대치동 8학군 전통의 명문이자 최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아들의 서울대 경제학과 합격으로 주목도가 확 올라간 휘문고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미달해 강남권 학부모들 사이에 화제가 됐다.
이들 모두 강남과 목동 등 학군지에 있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다른 지역과 비교해 자사고에 가지 않더라도 일반고 중에서도 선택지가 많다는 것이 입시업계 분석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자사고에 가서 내신 경쟁을 하는 대신 지역 명문 일반고를 가거나,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 가서 내신을 우선 확보해놓으려는 경향이 학군지일수록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자사고 중에서는 중구에 있는 서울 이화여고가 1.45대 1로 경쟁률 1위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자사고 14곳 중 10곳이 남고, 2곳이 공학인 상황에서 여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자사고가 많지 않다는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외고와 국제고는 전국적으로 지원자가 늘며 평균 경쟁률이 5년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올해 평균 경쟁률은 각각 1.47대1, 1.87대1이었다. 서울 이화외고와 서울외고는 지원자 수가 전년 대비 34.1%, 46.4%씩 증가했다.
'의대 열풍'의 영향으로 자사고와 명문 일반고들이 이과 위주로 반편성을 하고 커리큘럼을 짜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목동에 거주하는 박모양은 학군지 명문고 대신 외고 입학을 선택한 경우다. 문과 성향이 강한 자신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외고 진학이 대입에 더 유리할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박 양은 "학군지에서는 의대를 목표로 하는 이과 상위권 학생들과 내신 경쟁을 해야 하고, 선택 과목에서도 문과 성향 학생이 적어 불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명문 자사고에서는 문과반을 아예 개설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을 정도로 자연계 중심으로 운영되는 반면, 외고와 국제고는 인문계도 특색 있게 운영되는만큼 인문계 학과 대학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들이 자사고보다는 외고와 국제고를 선택하는 경향도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입시업계에서는 2028학년도부터 문과와 이과가 완전 통합되는 대입 구조 변화도 외고·국제고 선호도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한다. 외고·국제고에서도 기존 문과 계열 대학만 진학하는 것이 아니라 의대나 이공계로의 진로 확장이 가능해졌다는 인식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미경/고재연 기자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