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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닫는' 쿠팡…대규모 마케팅 돌연 취소

입력 2025-12-21 16:59   수정 2025-12-29 15:47

쿠팡이츠가 최근 국내 대형 슈퍼마켓 체인 A사와 계획한 연말 대규모 공동 마케팅을 급하게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할인 쿠폰 지급과 배달비 지원을 골자로 한 프로모션을 시행 직전에 중단한 것이다. 3370만 명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대규모 과징금과 소송 비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회사의 기조를 성장 위주에서 비용 통제로 급선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성장에서 내실로
2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최근 A사 측에 마케팅 진행 불가를 통보했다. 당초 두 회사는 비용을 분담해 대대적인 배달비 지원과 쿠폰 지급 행사를 열 계획이었다. A사는 전국적인 점포망을 갖춰 퀵커머스 확장을 노리는 쿠팡이츠의 핵심 파트너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대규모 비용을 수반하는 프로젝트의 전면적 재검토 작업이 이뤄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마케팅 행사 취소와 함께 해당 프로젝트를 주도한 쿠팡이츠의 본부장급(전무) 임원은 최근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회사 분위기가 돈을 쓰는 확장보다 마른 수건을 짜는 비용 절감 쪽으로 완전히 돌아선 것 같다”고 전했다.

이 같은 비용 감축은 해럴드 로저스 신임 쿠팡 대표가 취임한 시점과 맞물려 이뤄졌다. 로저스 대표는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출신의 정통 변호사로, 쿠팡 모기업 쿠팡Inc에서 최고행정책임자(CAO)와 최고법률책임자를 겸직해 온 인물이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의장의 최측근으로 꼽혀 김 의장의 ‘복심’으로도 불린다.

로저스 대표에게 주어진 미션은 명확하다. 한국 국회에서 논의 중인 징벌적 과징금을 방어하는 한편 개인정보 유출 피해 보상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지연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현지 주주들이 제기한 집단소송에도 대응해야 한다. 막대한 소송 비용과 합의금, 과징금을 감당하기 위해 영업을 확장하기보다 비용을 줄여 현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가 된 셈이다.
◇ ‘탈팡’ 힘든 협력사들
업계에서는 쿠팡이 지갑을 닫을 때 후폭풍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 그 부담이 고스란히 협력사에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지난 10여 년간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외형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손해가 나더라도 배송비를 지원하고, 일부 상품은 마진 없이 판매해 트래픽을 빨아들였다.

그동안 쿠팡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하며 유통업계에 배정된 판매 장려금을 사실상 독식해왔다. 협력사는 쿠팡이 워낙 물건을 잘 팔아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장려금을 몰아줬다. CJ제일제당 등 일부 대기업이 “공급가를 과도하게 후려친다”며 납품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공장 가동률 유지를 위해 결국 다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협력사들은 쿠팡이 자체 마케팅 비용을 확 줄여 협력사에 부담을 전가할 것을 우려한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쿠팡이 가장 큰 판매 채널로 성장한 만큼 마케팅 활동을 아예 안 할 수는 없다”며 “가뜩이나 쿠팡에 납품하는 물량은 마진이 적은데, 판촉 비용까지 추가로 더 나가면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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