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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못 읽고 수 헷갈리는 아이, 1대 1 맞춤수업"

입력 2025-12-21 17:59   수정 2025-12-22 00:33

“‘당’을 ‘덩’으로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ㅏ’를 빼고 ‘ㅓ’를 넣으면 되겠지?”

지난 18일 서울 답십리동의 한 언어인지연구소. 초등학교 1학년 배모양(7)은 언어재활치료사의 지도에 따라 자음과 모음을 하나씩 짚어가며 한글을 조합하고 있었다. 이날 배양은 40분 동안 치료사의 안내에 따라 단어를 음절 단위로 나눠 자음과 모음을 여러 차례 소리 내어 읽었다.
◇기초학력 문제 원인 다양해져
서울교육청 학습진단성장센터가 운영하는 난독증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배양은 지난 9월부터 1주일에 한 번 이 연구소를 찾고 있다. 대다수 아이들이 한글을 익힌 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과 달리 배양은 아직 글자를 정확히 읽지 못한다. 이날 수업에서도 ‘강’을 ‘당’으로 읽거나 ‘밥’을 ‘발’로 발음하는 등 음운을 혼동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해진 치료사는 “글자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려워하는 난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라며 “이런 아이들은 문자와 발음의 관계를 하나씩 짚어가며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서는 배양과 같이 난독 증상을 보이는 학생이 전체의 10%에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난독은 지능이나 학습 의지의 문제가 아닌 읽기와 관련된 인지 처리 과정의 차이로 글자를 정확하게 읽지 못하는 증상이다. 조기에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교과 학습에도 영향을 미쳐 기초학력 미달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교육청은 다양한 요인으로 기초학력 저하를 겪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 3월부터 학습진단성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자가 많아지는 가운데 그 원인이 다양해지면서 전문적인 진단과 맞춤형 지원을 적기에 제공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센터는 학교가 학습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학생을 대상으로 심층진단을 거쳐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달 초 기준 8183명의 학생이 센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찾아가는 지원 프로그램 운영
센터 방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방문형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찾아가는 학습비타민’이다. 지역학습진단성장센터가 위촉한 지원가가 지원 대상 학생을 직접 찾아가 학습 능력 향상을 돕는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등학교 1학년 김모군(16)은 “공부하는 방법 자체를 몰랐는데 학교에서는 이런 부분을 따로 알려주지 않았다”며 “이제는 어떻게 해야 수업 내용을 이해하고 암기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김군은 5월부터 매주 90분씩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노트 필기법과 시간 관리 방법, 학습 계획 세우는 법 등을 익히고 있다. 김군을 담당하고 있는 조근희 지원가(파견교사)는 “교사들은 교과 지도와 행정 업무 부담 등으로 학습 전략까지 세밀하게 지도하기는 어렵다”며 “학교 밖 지원이 필요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난산증 지원 전문교사 양성도
서울교육청은 기초학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난산증 학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지원도 추진한다. 난산증은 지능과 무관하게 수 개념과 연산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증상이다. 서울교육청은 난산증 학생을 체계적으로 발굴·지원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난산증 지원 전문교사 양성 과정을 내년에 신설한다. 초·중학교 교사 20명을 대상으로 약 10개월간 ‘난산증 진단과 지도 역량 강화’ 과정을 운영해 전문 인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서울교육청은 학교 밖 지원을 강화해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고 공교육의 책무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복합적인 기초학력 문제를 심층적으로 진단하고 맞춤형 프로그램 지원까지 연계하는 체계를 확대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이 자신의 속도에 맞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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