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회계기준원이 원추위를 열고 최종 후보 두 명에 우선순위를 부여했을 때만 해도 곽 교수가 신임 원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회계기준원이 설립된 1999년 이후 이어져온 관례에 따라 1순위로 꼽힌 한 교수가 원장으로 선임될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원추위에서 한 교수는 5표, 곽 교수는 2표를 얻었다.
당시 표결에는 한국거래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전국은행연합회, 금융감독원, 한국금융투자협회, 한국공인회계사회, 한국회계학회 등 7개 기관 대표가 참여했다.
하지만 8일 뒤 열린 회원총회에서는 결과가 뒤집혔다. 곽 교수가 9표를 얻어 한 교수(4표)를 두 배 차이로 제친 것이다. 한 교수를 1순위로 꼽은 일부 기관이 입장을 바꿨다는 방증이다. 당시 투표에는 원추위에 포함된 7개 기관을 비롯해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코스닥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제인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14개 기관이 참가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자격과 능력 등을 고려해 원추위에서 결정한 순번이 바뀐 건 이례적”이라며 “특히 경합 수준을 넘어 2순위 후보에게 표가 대거 몰렸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회계기준원장 인선과 관련해 이처럼 금감원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 것은 처음이다. 여권 일부와 시민단체가 1순위로 선정된 한 교수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여론을 조성한 것이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시민단체 등은 한 교수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 등에서 재계 손을 들어줬다며 비판해왔다.
과거와 비교해 회계기준원 역할이 커진 점도 원인으로 보인다. 회계기준원은 회계기준 제·개정, 해석 및 질의 회신을 담당하는 민간 기구다. 상장사뿐 아니라 금융사와 보험사, 비상장 기업, 공공기관의 폭넓은 회계 처리와 공시 기준에 영향을 미친다. 금감원이 기준을 바꾸더라도 재무제표 등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 등 구체적 작업은 회계기준원이 담당한다.
특히 이찬진 금감원장이 보험업 회계 처리와 관련해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기준 강화 의견을 피력해온 가운데 회계기준원과의 엇박자가 정책 실행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업 회계 처리 기준 강화 움직임은 보험사를 계열사로 둔 대기업들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는 이슈다.
영향력 행사 논란과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따로 내놓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최종 투표에서 탈락한 한 교수는 “금감원의 영향력 행사가 사실이라면 선임 결과를 납득할 수 없다”며 “회계기준원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기준원의 성장 동력을 잃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22일 해당 문제에 관한 입장을 내놓을 예정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