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테네시주 제련소 투자를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 공방이 가처분 결정과 형사 고소전으로까지 확전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의 본질이 투자 자체보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한 지분 구도 변화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풍·MBK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고려아연이 미국 측과 체결한 ‘사업제휴 프레임워크 합의서(BAFA)’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종 합작 계약이 체결되지 않더라도 합작법인(JV)이 고려아연 지분 10%를 확보하게 되는 구조가 존재하며, BAFA에는 신주 발행의 효력 유지나 회수·소멸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는 것이다.
영풍·MBK는 통상 합작사업에서는 최종 계약을 통해 권리와 의무를 확정한 이후 신주가 발행되지만, 이번 건은 최종 계약 이전에 신주 발행이 이뤄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 경우 최종 계약이 무산되더라도 JV가 지분을 확보한 상태가 되고, 고려아연은 이를 되돌릴 법적 수단 없이 기존 주주 지분만 희석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영풍·MBK의 주장이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 대형 금융기관이 제련소 건설을 위해 총 67억6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및 금융 지원을 제공하기로 했고, 전체 사업비 74억달러 중 약 91%를 미국 측이 부담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는 제련소를 신속히 건설하고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고려아연은 영풍·MBK가 경영권 분쟁에만 매몰돼 미국 핵심광물 시장 진출이라는 전략적 기회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번 공방의 핵심에는 '신주 10%'가 있다. 고려아연이 오는 26일 유상증자 대금을 납입하고 약 220만 주의 신주를 발행할 경우, 의결권 기준 MBK·영풍 측 지분은 43%대 초반으로 낮아지고 최윤범 회장 개인 지분은 18%대 후반으로 상승한다.
여기에 한화, 신설 JV, LG화학 등 최 회장 측 우호 지분과 국민연금을 포함할 경우 최 회장 측 의결권이 45%대 중반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은 공식적인 우호 지분으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과거 주총에서 MBK 측 안건에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던 점이 변수로 거론된다.
이 같은 지분 변화는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둔 이사회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MBK·영풍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주총에서 MBK·영풍 측이 신규 이사를 진입시켰지만, 회사가 이사회 정원을 확대하며 주도권은 최 회장 측이 유지됐다.
당초 내년 주총 이후 이사회 구도가 9대 6 또는 8대 7 수준으로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으나, 이번 유상증자로 JV 지분이 최 회장 측 우호 지분으로 작용할 경우 이사회 격차가 기대만큼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측의 대립은 형사 고소전으로도 번졌다. 고려아연은 최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을 영업비밀 누설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투자와 관련해 임시이사회에서 배포된 비공개 자료가 외부로 유출됐고, 이사회 자료에만 포함된 구체적 수치와 조건이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편 영풍은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금지를 요청하는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업계에서는 법원이 이르면 22일 전후로 판단을 내릴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법원 결정에 따라 미국 제련소 투자 추진 여부는 물론, 고려아연의 지분 구도와 경영권 분쟁의 향방이 중대한 갈림길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