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9일 충남 아산에 있는 KB오토텍 본사 생산 라인에 들어서자 작업자 대여섯 명이 ‘전기버스용 배터리 열 관리 시스템(BTMS)’을 적용한 냉난방 제품을 조립하는 데 한창이었다.
히트 펌프(전기 냉난방 장치) 두 개를 부착한 이 제품은 내년 초 양산을 시작해 현대차에 납품할 예정이다. 향후 10년간 500억원이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최초 제품이다.
이은창 KB오토텍 대표는 “약 5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트럭에 들어갈 냉난방공조(HVAC) 제품의 생산 라인을 늘리는 등 미래 먹거리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올해는 만년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점쳐진다”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로 극한의 기후를 재현해 제품 성능을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 1t트럭의 냉난방공조 장치를 독점 공급하는 등 승합차 분야에서 과반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독보적인 입지를 다졌지만 사세가 휘청인 적도 있었다. 2016년 시작한 노사 갈등으로 약 15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하면서다. 2018년 구원투수로 등판한 이 대표는 회사를 안정화하고 기술개발(R&D) 역량을 회복하는 데 힘썼다.
이 대표는 “매해 연말마다 ‘테크 데이’를 열고 회사의 신기술과 미래 비전을 임직원 전원에게 가감 없이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며 “일감 확보를 위해 합의를 거쳐 노조 사무실 자리에 생산 라인을 구축하는 등 모두가 원팀으로 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여러 신기술을 상용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차량의 탑승 인원과 위치를 파악해 사람에게 효율적으로 바람을 보내는 기술이 대표적이다.
계열사인 동국실업과 협업해 만들고 있는 자동차용 복사열 난방 기술은 히터 바람이 나오기에 앞서 사람 몸에 직접 열을 쬐도록 해 승차감을 높이는 게 특징이다. 이 회사가 보유한 기술 특허는 96개에 달한다.

최근 고객사 포트폴리오도 다양화하고 있다. 현대차 매출 비중이 80% 내외인 이 회사는 이달 초 글로벌 자동차 회사의 후방 냉난방공조 제품을 새로 수주했다. 지난 7월 육군 중형표준차(KMTV)에 독점으로 냉난방공조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도 최대 자동차 회사인 타타모터스가 중동, 아프리카에 수출하는 버스에는 사실상 KB오토텍의 에어컨이 쓰인다. 이 대표는 “중장기적으로 현대차를 제외한 매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부연했다.
지난해에는 자사 냉난방공조 제품에 맞춤화한 표면실장기술(SMT) 라인을 가동했다. SMT는 인쇄회로기판(PCB)을 위에 전자부품을 부착하는 공정 기술이다. 연간 약 30만 개를 찍어낼 수 있는 생산능력(캐파)을 내년 안에 두 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이 대표는 “범용 제품은 기존의 외주 생산 방식을 유지하되 고난도 기술의 신제품 위주로 자체 설비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매출 2549억원을 이 회사는 올해 최대 매출이 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대표는 “올해 성과를 발판 삼아 단순한 제조 기업을 넘어 우리만의 제품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
아산=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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